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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기자수첩] 돌고 돌아 준연동형, 위성정당 꼼수 국민이 심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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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국민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을) 알 필요 없습니다.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합니까"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허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정개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국민은 알 필요 없다"라는 허 의원의 발언은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실언이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뉴스핌

김가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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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 및 정당 득표율을 반영해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에는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고, 남은 17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하지 않는 병립형으로 배분한다.

이처럼 복잡한 계산법을 가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아래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 실제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각각 17석, 19석을 차지했다. 군소정당인 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은 각각 6석, 3석, 3석만을 가져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경험한 여야는 선거제 개혁에 나섰으나, 자당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며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졌다. 선거제의 열쇠를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을 65일 앞둔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선언에 오는 4월 10일 치러질 22대 총선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도, 정작 당사자인 국회의원도 산식을 모르는 선거제가 무슨 혁신인가"라며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역시 소수당의 원내 진입을 제한해 거대 양당의 독식을 고착화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야는 줄다리기를 그만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본래의 취지대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이면서 거대 양당의 꼼수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꼼수 위성정당'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만들어진 위성정당에 대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위성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치가 변하는데는 유권자의 심판이 특효약이다.

제도적 보완과 국민의 심판으로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한다.

rkgml92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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