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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전차 없는 스트라이커 여단 순환 배치… 독자 지상전 대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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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국군 과제

지난 1일 미 국방부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IVIDS)는 미 육군 제3기갑군단 소속 제3기병연대 병력이 한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엔 이 부대의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들을 평택항에 부리는 장면이 공개됐다.

3기병연대는 미 텍사스 포트 카바조스에 기지를 두고 있는데, 1846년 기마 소총병 연대로 시작한 역사를 살려 여단급 부대지만 현재까지 기병연대로 부르고 있다. 3기병연대는 종전에 순환 배치됐던 제2스트라이커여단 2-4 전투단(SBTC)을 대체해 한국에서 약 9개월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두 부대 간 공식 교대식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세번째 스트라이커 여단 순환 배치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96시간 안에 신속하게 투입하려고 만든 부대다. 미 육군에는 스트라이커 여단이 총 9곳 있다. 신속하게 투입하려다 보니 전차, 중장갑차 대신 기동성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차륜형 장갑차가 주력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4500여 병력과 스트라이커 장갑차 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M1전차나 M2 장갑차 같은 중기갑 무기는 없다.

3기병연대는 지난 2022년 이후 주한 미군에 세 번째로 순환 배치되는 스트라이커 여단이다. 종전에는 M1전차 등으로 중무장한 기갑전투여단이 지난 2015년 이후 순환 배치돼 왔다. 기갑여단은 M1 전차 80여 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이전엔 미 2사단 1여단이 주한 미 지상군의 핵심 전투 부대로 상시 주둔하고 있었지만 미군 순환 배치 방침에 따라 2015년 해체됐다. 이는 주한 미군이 한반도 ‘붙박이군’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투입되며 한반도를 들락거리는 ‘유동군(流動軍)’으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런 순환 배치의 효용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왔다. 미군은 비용 절감을 순환 배치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2017년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Strategic Studies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전투 여단 하나를 9개월 동안 상주 배치하는 비용은 3억8000만달러였지만, 9개월간 순환 배치하는 비용은 4억7000만 달러였다. 상주 배치보다 순환 배치가 9000만달러 더 든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2016년 미 의회 증언에서 상주 배치가 순환 배치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순환 배치의 장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신경수 전 주미 국방무관(예비역 육군 소장)은 “순환 배치는 충원율 90% 이상인 여단급 부대가 9개월가량 한반도에서 근무하며 높은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며 “무엇보다 미군의 많은 부대가 한반도 근무 경험을 갖게 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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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북 신형 전차,로켓 위협 증대

하지만 기갑여단에 비해 전차가 없는 스트라이커 여단의 대북(對北) 전투력에는 문제가 없을까? 미군은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이 기갑전투여단보다 한반도 지형과 한국군에 최적화된 부대이고, 신속 전개와 함께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4500명 이상으로 구성된 보병 중심 부대로서 지휘관들에게 속도와 효율성, 향상된 기동성,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끊임없이 첨단 기술을 반영해 구조와 장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북한이 신형 전차, 파괴력이 강화된 신형 대전차 미사일과 RPG 로켓 등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갑 방호 능력이 떨어지는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대처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웰 벨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최근 한미동맹재단에 보낸 신년사에서 “2024년은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한반도 평화·안정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한반도에 전차 대대를 추가 전개해 2024년 한반도에 주둔할 스트라이커 여단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스트라이커 여단 순환 배치는 앞으로 한반도 전면전 시 지상전은 한국군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 한 전문가는 “한반도 지상전 때 스트라이커 여단이 최전선에서 북 기갑 부대와 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시 미군은 해·공군 위주로 지원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우리의 독자적 지상전 작전 개념과 전력을 점검하고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외 미군 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는 주한 미군의 두뇌이자 심장부라고 한다. 주한 미군 사령부와 유엔군 사령부, 한미 연합 사령부 등 주한 미군 지휘부는 물론, 미8군 사령부, 2사단 사령부 등 지상군 핵심 부대도 몰려 있기 때문이다.

캠프 험프리스 면적은 총 440만평(1452만㎡)으로 둘레가 18.5㎞에 이른다. 차로 둘러보는 데 45분(시속 40㎞ 기준)가량 걸린다. 여의도의 5.5배, 판교 신도시의 1.6배다. 해외 주둔 미군 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3600대를 주차해 정비할 수 있는 차량 정비 시설(9만㎡)이 3곳이나 있다. 전차 기동 훈련장과 소총 사격장, 유격 훈련장 등도 갖추고 있다.





미군 약 1만5000명을 비롯, 미국인 가족, 군무원 약 1만명이 생활하고 있다. 카투사와 한국군 등을 포함하면 기지 내 활동 인구는 총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대중(對中) 핵심 전초기지로, 2017년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방문했다.

부지 비용과 건설 비용 107억달러 중 한국이 92%를 부담했다. 토머스 밴덜 전 미 8군 사령관은 “평택 기지는 한미 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의 상징이다. 왕관 위의 보석 같은 곳”이라며 한국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쉽게 철수할 수 없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곳이 캠프 험프리스라고 말한다.

캠프 험프리스는 1962년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제6수송중대의 벤저민 K. 험프리스 준위의 이름을 땄다. 2007년 이후 대대적 공사를 거쳐 현재의 캠프 험프리스로 3배가량 확대됐다.

모자 4개나 쓰는 주한미군 사령관

주한 미군 사령관(미군 대장)은 모자(직책)를 4개나 쓰고 있는 막중한 자리다. 주한 미군 사령관 외에 한미연합군 사령관, 유엔군 사령관, 주한 미군 선임 장교 등을 겸하고 있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실제 서로 다른 모자가 네개는 아니지만 직책 특성상 네개 모자를 쓴다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직책이 여럿이다 보니 헷갈리거나 상충(相衝)되는 경우도 있다. 한미 연합 사령관과 주한 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전면전 시 북 도발 격퇴를 주 임무로 하고 있다. 한미연합 사령관은 전면전 시 한국군에 대해서도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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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엔사,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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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사령관은 한반도 정전 체제 유지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들의 전력(戰力) 제공 지원 등을 주 임무로 한다. 한반도 안정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어 북의 고강도 도발을 강력하게 응징해야 할 때나, 북한과 교류할 때 등을 위해 최전방 지역 대비 태세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한국 정부·군과 입장 차이를 보인 때가 적지 않았다. 유엔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DMZ(비무장지대) 지뢰를 제거했을 때나 GP(최전방 감시 소초) 시범 철수(폭파) 때 처음엔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북 소형 무인기가 우리 수도권 영공을 침범하자 이에 대응해 우리 무인기를 북측 지역에 올려보낸 데 대해서 유엔사는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우리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을 만날 경우엔 주한 미군 선임 장교 자격일 때가 많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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