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스라엘, 인구 절반 몰린 라파 공격…‘마지막 피난처’도 빼앗기는 가자 난민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차량 근처에 7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몰려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자지구 난민 절반가량이 몰려있는 남부 국경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본격적인 공격이 임박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피난처’까지 잃게 된 피란민들이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7일(현지시간)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밤새 라파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인 2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 더욱 잦아지고 있는 라파 지역 공세에 이 지역 피란민들은 대대적인 공습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집트 국경과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따라 북부에서부터 계속 밀려 내려온 난민들에게 ‘마지막 피난처’와 같은 곳이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8만명에 불과했던 라파의 인구는 현재 100만명 이상으로 증가해 포화 상태다.

이곳에서 대규모 공세가 이뤄지면 피란민들은 더 이상 대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피란민들은 또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강제 이주를 떠나거나, 이곳에 머물며 그저 하염없이 공격을 기다려야 하는 끔찍한 선택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소개령에 따라 북부 지역을 떠나 라파까지 피란 온 40대 주민은 “가족 모두 북부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갈 방법이 없다. 완전히 막혔다”면서 “가자 중심부나 칸유니스에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가고 싶지만, 여기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공격 전 대피 명령과 탈출 경로라도 지정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인구 과밀 상태인 이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집중 포화가 쏟아지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이스라엘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규모와 속도로 가자지구를 파괴와 죽음으로 몰아넣는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이미 인도주의적 악몽에 놓인 가자지구 상황을 기하급수적으로 악화시키고 전례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옌스 라에르케 대변인도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은 국제인도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야히아 신와르와 같은 하마스 지도부가 라파 인근에 숨어 있어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우리는 아직 싸우지 않은 가자지구 중심부와 남부, 특히 라파에 남아 있는 하마스의 마지막 지역까지 도달할 것”이라면서 “라파에 숨어 있는 모든 테러리스트는 그의 최후가 가자의 최후와 같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하고자 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집트와의 국경을 따라 나있는 14㎞ 길이의 좁은 길인 ‘필라델피 회랑’을 장악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필라델피 회랑은 우리 손에 있어야 한다”며 국경 지역을 장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고,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있다. 이 지역은 2005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필라델피 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로 지정된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