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先통합 後통보'…개혁신당 당원들 뿔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통 부재·보수가치 상실 우려

허은아, 이기인 통합과정 사과

李 "개혁신당 주도권 여전"강조

4개 정당 통합 목소리가 관건

제3지대 세력이 '개혁신당'으로 통합한 가운데 이준석 신당을 지지해온 일부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혁 보수를 가치로 창당한 개혁신당의 지도부가 정치성향이 다른 세력과의 통합 문제를 당원 논의 없이 '선 통합 후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 공학적 통합으로 보수 정당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며 가입을 철회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통합의 주도권은 여전히 개혁신당에 있다며 당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향후 정책 노선에 있어 당내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통합 과정에서 소통 절차의 미흡함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우려를 하게 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 통합 직후 기존 개혁신당 내 당원들의 반발이 나흘째 지속되자 첫 회의 시작부터 당 대표가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원 중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합당 과정의 소통 부재', '보수가치 상실 우려' 등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설 연휴 직전 제3지대 4개 세력(원칙과상식·새로운선택·개혁신당·새로운미래)이 합당을 깜짝 발표했다.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 체제로 개혁신당의 당명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개혁신당 당원들과 논의나 투표, 사전 공지는 없었다. 심지어 신당 창당 준비부터 함께 해온 인사들도 최근 빅텐트 통합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무슨 대화?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오른쪽)와 금태섭 최고위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준석 공동대표. 2024.2.13 ha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내 자강론자 통합 반발 성토장…허은아·이기인 사과
통합 직후 기존 개혁신당 진성당원 중 일부는 즉각 반발했다. 한 당원은 "제3지대 합당에 대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합당의 전후 과정에서 그동안 알던 이준석다움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반복해오던 3지대의 구태를 이번 통합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진성당원은 "좌파 세력과 합당한 이준석이라면, 대체 뭘 위해 개혁신당에 있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실제 개혁신당은 지난해 말 창당 방향성을 '보수정당·민주정당·자유정당'으로 규정하고 빠르게 세력 확장에 나선 바 있다. 개혁보수 정당으로 현 정부 여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창당 약 2주 만에 가입 당원이 5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세력 간 연대보다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자강론자들의 실망감이 특히 컸다.

당내 반발이 지속되자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지 국민께서 분노하시는 것은 하물며 저희조차 통합의 기조와 과정이 분명하거나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여의도 문법에 매몰돼 무엇이 중요한지 경시한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했다. 허은아 전 의원 역시 "눈앞 총선의 이해득실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유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아시아경제

기업 관련 정강정책 발표하는 허은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개혁신당 허은아 창당준비위원장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업 관련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8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주도권 강조…정책 노선 부합 변수
이 대표는 통합 신당의 주도권이 여전히 기존 개혁신당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합 신당의 지도부에 기존 개혁신당 당원이 주축이 됐다는 의미다. 개혁신당은 실제 김용남 전 의원과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공동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기존 김철근 사무총장을 통합 신당에서 그대로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수석대변인은 허 전 의원, 대변인에는 김효은 새로운미래 대변인과 개혁신당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원에게 맡겼다.

통합 전 각 당에서 발표한 정책 노선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특히 개혁신당에서 논란이 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경찰·소방 공무원 여성 병역 의무화 등 정책도 그대로 유지한다. 이 대표는 "각 당에서 기발표한 정책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제 등 공약에 대해 민주당 출신 세력들이 얼마나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통합을 위해 각 당 정책을 큰 틀에서 합의했으나 세부 내용에 대해선 현재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총선에서 4개의 정당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변수다. 당장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민주당 탈당파 의원과 함께 새로운미래 창당 과정에서 이원욱·조응천 의원이 합당 참여를 거부하는 등 갈등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 역시 지난달까지 '빅텐트의 골든타임이 지났다'며 통합 논의에 대한 난맥상을 드러낸 바 있다. 개혁신당 측은 조속한 시일 내 당 정책기구를 통해 정강·정책 구상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당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선 몸집이 중요하다"며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신당으로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기대하기 더 어려워진 측면이 통합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개혁신당 첫 최고위원회의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최고위원,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대표, 이 대표, 조응천, 김종민 최고위원. 2024.2.13 ha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