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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쿠바와 60년 넘게 ‘형제국’ 우정 쌓아온 북한, ‘헤어질 결심’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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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김일성 시대’ 때 수교 맺어

3대 세습에도 양국 굳건한 우애 과시

한국도 수교 맺자 북 외교 기조 타격

북, 내상 입어도 단교까지 어려울 듯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방북을 마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환송하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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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 세습되는 동안 쿠바와 대를 이은 굳건한 ‘형제국’ 우애를 과시해왔다.

북한과 쿠바가 수교한 것은 김일성 시대인 1960년 8월 29일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혁명에 성공한 지 1년 만이다.

냉전 시기 반미와 사회주의는 양국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였다. 특히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끈끈한 연대를 보였다.

북한은 1961년 4월 피그만 침공과 1962년 10월 미사일 위기 당시 세계 최초로 쿠바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경제·군사 지원도 제공했다.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김일성 주석을 “현 세계에서 가장 걸출하고 탁월하고 영웅적인 사회주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추켜세웠다.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와 피델 카스트로의 몬카다 병영 습격 사건을 일체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같은 유대 속에서 체 게바라(1960년), 라울 카스트로(1966년), 피델 카스트로(1986년) 등 쿠바의 주요 지도자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고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으로 쿠바의 외교 노선이 변화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는 지속됐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쿠바를 향한 우애 공세는 이어졌다. 2016년 11월 25일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주평양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조문했다. 북한은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국가 시설에 조기를 게양하며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국가평의회 의장이던 2018년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2021년 4월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자 이례적으로 사흘 연속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듬해 쿠바의 호텔 가스유출 폭발 사고와 원유탱크 폭발 사고 때도 전문으로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으로 여겨졌던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하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연대 외교 기조도 타격을 받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쿠바는 북한의 전통적 친밀국가일 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중시하는 ‘세계질서 그리기’의 한 블록이기 때문에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에 엄청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2022년 12월부터 신냉전 체계가 도래했고, 다극화 체계가 가속화되면서 반미 진영이 구축됐다며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쿠바를 꼽았다”면서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대등한 하나의 진영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얼마 안 되는 핵심 국가 하나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수교로 내상을 입었지만 몇 안 남은 우방국 중 하나인 쿠바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쿠바가 수교한 이튿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15일 북한 매체는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전날 평양에서 외교단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쿠바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해당 연회 사진에는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쿠바 대사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한국과의 수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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