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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일자리 넘치는 자족도시 변신 … 1기 신도시·서울 경쟁력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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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5 담대한 도전 ◆

매일경제

약 30년 전 조성된 1기 신도시는 도시 경쟁력 자체는 미흡했다. 대체로 근린서비스업과 공공·교육·복지업 비중이 높았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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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경기도의회 요청을 받고 2010~2020년 관할 도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경기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1기 신도시 5곳(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GRDP 점유율은 성남을 제외하고 모두 10년 새 내림세를 보였다. 이 기간 성남(분당)만 8.3%에서 9.3%로 점유율이 올랐을 뿐 고양(일산)은 5.2%에서 4.3%로, 안양(평촌)은 4.5%에서 3.6%로, 군포(산본)는 1.8%에서 1.5%로, 부천(중동)은 4.6%에서 3.6%로 하락했다.

부동산분석학회는 "GRDP 점유율이 낮아진 건 1기 신도시 5곳 외에서 GRDP와 기업 종사자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며 "1기 신도시가 속한 지역은 경기에서 거점 역할을 하지만 위상이 점점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집값 안정과 과밀화된 서울 인구를 분산하는 순기능을 해왔지만 한편으로 '베드타운'이란 꼬리표가 늘 붙었다. 단기간 공급된 고밀도 주거단지 성격이 강해 도시 자체의 활력은 살리기 힘들었다. 생산성을 수반한 자족 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탄생한 것이 사실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5곳의 자족 용지 비율은 평균 7.7%에 불과하다. 계획 단계부터 자족 용지 비율을 15% 이상으로 잡은 3기 신도시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도시가 만들어진 지 3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택·기반시설 노후화가 심해 끊임없이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된다. 지난해 4월에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인도 일부가 붕괴해 2명의 사상자를 냈다. 1992년 준공된 백송마을 5단지 주민 A씨는 "가구마다 누수나 결로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며 "주차장 천장 석면도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을 잔뜩 머금어 뚜두둑 떨어지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1기 신도시는 서울역, 용산역, 삼성역 같은 서울 교통 중심과 연결된 교통망이 안정적이며 수도권 내 핵심 거점이다. 거주 여건만 좋아지면 영향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1기 신도시가 향후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도시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1기 신도시를 활력 넘치는 수도권 거점 도시로 변모시키려면 재건축 과정에서 자족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주문이다. 아파트 재건축에만 집중하지 말고 서울·수도권이 글로벌 광역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의 연결성까지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군포 산본신도시는 일자리가 풍부한 안양·의왕시와 함께 하나의 큰 산업 클러스터로 묶어 개발하고, 일산신도시도 향후 개발이 예정된 테크노밸리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또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때 교통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분당은 신설되는 GTX-A노선 성남역에 미래형 환승센터를 만드는 식으로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도쿄도 외곽 다마신도시가 재건축을 거쳐 젊은 연령층을 대거 빨아들이며 직장·교육·주거 도시로 변모했다. 이곳도 도쿄 인구 과밀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에 급히 조성된 후 2000년대 들어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베드타운에 그쳤던 다마신도시가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도쿄도립대를 이전하며 산학 유치에 힘쓰고 도쿄 간 촘촘한 교통망을 갖추자 수도 도쿄의 도시 경쟁력까지 올라갔다. 이는 국내 1기 신도시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다마신도시가 거점이 될 역세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한국 1기 신도시 재생작업에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서울 도심으로 연결성도 중요하지만 거점 지역에서 자족 기능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도의 다마신도시 재생 계획 핵심은 지역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다마센터역의 게이오플라자호텔다마 철거 공사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이곳은 2028년까지 상업시설과 거주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주상복합맨션으로 변신하게 된다. 지하철 역과 바로 연결되는 장점을 살려 상업시설에는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 등을 적극 설치한다. 또 상부에는 고급 맨션을 지어 다마뉴타운으로 인구를 유입시키겠다는 각오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1기 신도시 5곳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당 도시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와 미래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1기 신도시는 첨단 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릴 뿐 아니라 서울을 잇는 교통 기능까지 강화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교통과 정보기술(IT) 산업을 한데 묶은 '커넥티드 첨단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개발작업을 진행해 서울·수도권이 '분산형 집중' 메가시티 광역권을 만들도록 도움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서진우 차장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연규욱 기자 / 김유신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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