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은행의 핵심예금 변화 /그래픽=이지혜 기자 |
은행 이자수익의 핵심인 저원가성예금이 5대 은행에서 이탈 중이다. 높은 금리를 찾아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영향이 크지만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머니무브'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저원가성예금이 5조7000억원 늘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저원가성예금은 총 625조6100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7조5430억원 감소했다. 저원가성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저축성예금(MMDA) 등 금리가 연 0.1%로 거의 붙지 않는 예금으로 은행권에서는 핵심예금으로 불린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1년 사이 4조210억원 줄었고 △농협은행 3조680억원 △우리은행 1조6620억원 △국민은행이 1조5270억원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연말 잔액 기준으로 2조7340억원 증가했으나 지난 4분기 평균 잔액으로 비교하면 전년 동기보다 약 1조6680억원 감소했다.
저원가성예금은 은행의 수익성을 받쳐주는 기반 역할을 한다. 조달금리가 낮은 저원가성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줘 이자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NIM(순이자마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NIM이 1~3bp(1bp=0.01%포인트) 하락했는데 저원가성예금 감소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이 영향을 줬다. 핵심예금 감소에 은행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핵심예금이 있다"며 "다른 은행보다 핵심예금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금리로 자금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핵심예금이 줄었음에도 전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3%로 전체 은행 평균(38.7%)보다 높다.
저원가성예금의 이탈은 지난해 주식·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 대기의 필요성이 많이 약화한 영향이 크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으로 옮겼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36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이와 함께 모바일 접근성이 쉬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금이 움직였다. 주요 은행이 저원가성예금 감소를 겪는 사이 카카오뱅크는 1년 사이 저원가성예금이 5조6870억원 늘었다. 전체 예금 중 저원가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5.3%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지난해 NIM은 2.38%에 이른다. NIM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은행과 비교해도 55bp가 높다.
카카오뱅크는 2280만명에 이르는 고객을 기반으로 빠르게 저원가성예금을 늘리고 있다. 특히 모임통장이 저원가성예금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기본금리가 0.1%인 모임통장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모임통장 효과를 확인한 은행권은 최근 앞다퉈 모임통장을 출시 중이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에서 공격적인 금리를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저원가성예금이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자금조달비용률은 3.36%로 은행 평균(2.70%)보다 낮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대환대출을 통해 유치한 주담대 금액은 9000억원이 넘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원가성예금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은행의 낮은 대출금리를 시중은행이 따라갈 수 없는 구조"라며 "최근 은행권이 모바일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접근성을 높여 저원가성예금을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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