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WWF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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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꿀벌이 집을 찾는 데 오래 걸리는 이유가 밝혀졌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전 세계의 산업이 성장할 경우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꿀벌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면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류의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정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꿀벌이 기온, 습도, 대기질 등 어떤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지를 조사해 왔다. 연구는 주로 무선 주파수 인식 장치(RFID)를 꿀벌에 부착해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2021년 초 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관련 연구에서는 꿀벌이 일하러 나갔다 돌아오는 시간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 평균 71% 더 길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연구원이 꿀벌에 무선 주파수 인식 장치(RFID) 칩을 심는 모습. WWF 제공 |
무선 주파수 인식 장치(RFID) 칩이 심어진 꿀벌 모습. WWF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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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대기 오염이 증가하면 일벌의 방향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했다. 곤충 중에는 날씨가 흐릴 때, ‘선형 편광’ 신호에 의존해 방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꿀벌도 여기에 포함된다. 편광은 전기장 또는 자기장의 방향이 일정하게 진동하는 빛을 말한다.
연구진이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초미세먼지(PM2.5) 농도와 꿀벌이 지닌 탐색 능력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꿀벌이 탐지하지 못하는 선형 편광의 영역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이 길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세계의 산업이 성장할 경우 2010년과 비교해 2050년 전 세계에서 꿀벌이 ‘길을 못 찾는 영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추정했다. 추정 결과 산업 성장으로 인해 인도와 중국 등의 초미세먼지가 많이 증가하면 두 나라에서 꿀벌이 길을 못 찾아 위험을 겪게되는 면적도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2050년에 2010년 대비 위험 면적이 5배 늘어 260만㎢가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은 1.13배 늘어 520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이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없는 날은 인도 북부의 경우 적어도 100일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인도는 전 세계 과일과 채소 생산국 중 두 번째로 큰 국가이고, 꿀벌 수분에 의존하는 농업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인도와 중국에서 (꿀벌이 악영향을 받아) 수분 수요 충족에 실패한다면 전 세계적 식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산업이 성장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미세먼지가 늘어났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벌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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