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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입원하셔야겠네요"…반려식물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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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출연 : 이지현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한 달만 일찍 왔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늦었네요. 이제 그만 보내 주시죠.”

병원에서 진단결과를 들은 김은지(32) 씨는 연신 “마음이 아프다”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김 씨가 가지고 온 건 3개월 정도 키운 반려식물. 물도 열심히 주고 햇볕에도 내놨지만 반려식물은 이미 '초록별'로 떠난 뒤였습니다.

김 씨는 “이전에도 한 번 키웠다가 실패한 식물이라 이번에는 정말 잘 키워보고 싶었다”면서 “매일같이 들여다보면서 다시 살려보려고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40대 박모 씨는 최근 새로운 식물을 집에 들였습니다. 그런데 키운지 얼마 안 돼 줄기 곳곳이 거뭇하게 변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세균 감염'. 다행히 줄기 겉 부분 일부만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치료제를 섞은 흙으로 분갈이해주는 처방이 내려졌습니다.

반려식물병원…진단·치료·입원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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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병원 진료실. 〈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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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박 씨가 찾은 곳은 '반려식물병원'입니다. 말 그대로 반려식물이 아플 때 찾아오는 곳이죠. 반려식물을 기르는 일명 '식집사(식물+집사)'가 늘어나면서 서울시가 지난해 4월 만든 공공 식물병원입니다. 서울시민들이라면 월 1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요금은 무료입니다.

외관도, 진료 절차도 병원과 비슷합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뒤 시간 맞춰 방문하면 보호자가 치료동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접수를 마치면 의사(농촌지도사)의 상담과 진단이 이뤄지죠.

평소 식물을 어떤 환경에서 키우고 있는지, 물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뒤 원인을 찾아냅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질병은 뿌리나 흙, 잎 등 시료를 채취해 분석실에서 정밀 검사를 한 뒤 적절한 처방을 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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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질병은 시료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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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질병은 당일 치료가 가능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랜 시간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식물들은 입원실에서 최대 3개월 동안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진단을 하는 동안 보호자의 '물 주기 성향'에 따라 적절한 흙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줘야 하는지 상담도 함께 이뤄지죠.

박 씨는 “식물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30개 넘게 키우고 있는데도 이런 병원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다”며 “그동안은 식물이 시들해져도 어디 물어볼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진단도 해주고 치료해주니 너무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아이들도 데리고 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식물과 교감하며 키우는 젊은 층이 많이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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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병원의 입원실. 증상에 따라 집중치료, 살충치료, 살균치료 등 증상별로 나눠 치료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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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을 연 뒤 9개월 동안 반려식물병원을 직접 찾아온 시민은 600명이 넘습니다. 치료한 식물만 1800건이 넘습니다.

식물을 키우다가 죽으면 쉽게 버린다는 통념과 달리, 요즘은 유대감을 가지고 '반려'식물을 잘 키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20~40대 젊은 세대가 주로 병원을 찾아옵니다.

주 팀장은 “어르신들이 식물을 많이 키운다고 알고 있지만, 병원을 찾는 사람의 70%는 40대 이하”라면서 “특히 젊은 층들이 식물과 유대감을 갖고 정성들여 키우려는 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2년 소비자 집단 8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답했습니다. '공기정화'(27%), '실내장식'(14%)보다 높은 비율이었습니다.

반려식물로 삼고 싶은 특징으로는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40%)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이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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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병원 입원실에 입원해있는 식물들. 〈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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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병원에도 사연 있는 식물이 진료를 받으러 종종 옵니다.

주 팀장은 “얼마 전에 대학생이 찾아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키우던 식물인데 제발 살려달라면서 대성통곡을 하더라”며 “어머니가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그 사이에 상태가 안 좋아진 식물을 들고 찾아온 거였다”고 했습니다.

그는 “식물 상태가 거의 살릴 수 없는 정도였는데,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며 “환경을 바꿔가면서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작은 싹을 틔웠고 지난 주에 퇴원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식물의 잎은 한 번 상처나면 회복이 안 되지만, 새 잎이 돋아난다. 그게 치유이며 회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기도에는 '사이버 식물병원'…온라인으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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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사이버 식물병원' 홈페이지. 온라인으로 진단과 조치상을 받을 수 있다. 〈사진=경기도 사이버식물병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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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병원이 서울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지난 2009년부터 '사이버 식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경기도 농가의 병해충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시작한 병원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식물 진단 의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가 생긴 식물의 상태와 흙, 키우는 환경 사진을 찍어 의뢰하면 2~4일 안에 전문가가 이에 맞는 진단과 치료법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사이버 식물병원은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합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식물병원에서는 농가를 대상으로 한 병해충 진단과 치료를 해왔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반려식물을 기르는 분들이 많아져 사이버 식물병원 이용자의 80% 정도는 가정에서 기르는 식물에 대해 진단을 의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온라인을 통해 상담을 하다 보니 홈페이지 안에서 사례 검색과 사이버 자가진단도 가능하다”며 “키우는 식물의 증세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 적절한 조치를 해 주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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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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