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27일 '기밀 유출 논란' HD현대중공업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 심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 날짜가 다가오자, 조선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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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 날짜가 다가오자, 조선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까지 방사청의 결정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2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배경은 KDDX 사업에 있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차세대 주력 함정 6척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개발비 1조8000억원과 건조비 6조원 등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돼, 양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진행하고, 2020년에는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방사청은 예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 1.8점을 줬다. 이에 지난해 7월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한화오션에 밀렸다. HD현대중공업은 '과도한 감점'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같은 입찰 실패는 지난해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특수선 사업부에서 매출 4188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0.8%와 59.9% 감소했다.
기밀을 유출한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유죄가 확정된 만큼 더 이상 제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이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해양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의원(왼쪽)과 권명호 의원이 회사 관계자의 발언을 듣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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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자격 제한 대상이 되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 한화오션에 밀릴 전망이다.
특수선 분야에 높은 목표를 세운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특수선 부문에서 9억8800만달러를 수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615.9% 높게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방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등 HD현대중공업이 해외 특수선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나, KDDX 상세설계 입찰에 재차 한화오션에 밀리면 뼈아픈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역시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등 방위산업에 '진심'인 상황이다. 신용인 한화오션 재무실장 부사장은 지난 21일 콘퍼런스콜에서 "잠수함과 잠수함 창정비 위주로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청 심의 날짜가 다가오자 HD현대중공업이 소재한 울산 지역과 한화오션이 소재한 경남 거제 지역에는 긴장감이 흐르는 모양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에 밀접한 연관성도 있어서다.
국민의힘 소속 울산 지역 국회의원 이채익·권명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입찰 배제 시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같은 당 거제 지역 서일준 의원은 성명을 내고 엄격하게 심의해야 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 22일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심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면 후속조치를 잘하도록 하겠다. 어떤 정무적인 것까지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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