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대학병원 수술 축소…중소병원에 전원 요청 늘어
진료 기다리며 맞잡은 손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혹여나 다른 질병이 있을까 봐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으려 했는데 더 이상 예약을 못 받는다네요."
부산 부산진구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23일 담낭에 혹이 생긴 어머니의 수술 일정을 알아보면서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는 "다른 장기에도 혹이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어머니가 연세가 많아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으려 했는데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며 "일단 가능한 중소 종합병원에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의료 공백'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의 집단 이탈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상급병원(3차 병원)에서 진료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인근 중소 규모의 종합병원(2차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으로 대학병원에서 매일 수술 건수를 30%씩 축소한 데다가 외래 진료 역시 점점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응급실에서 문전박대당하거나 응급 수술이 취소되는 등 아찔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2차 병원의 의료 대란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며' |
영도구에 있는 한 종합병원은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에 대한 문의가 하루 여러 건 들어오고 있다"며 "심부전 환자에 대한 혈액 투석 등 정기적 치료나 예후를 지켜보는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중증인 경우에는 우리도 여력이 없어 어렵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 규모의 병원 관계자도 "최근 환자들로부터 전원 요청이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며 "더 이상 입원 환자를 돌볼 수 없어 대학병원에서 퇴원시키는 경우도 있고, 진료가 원활한 곳에 있다가 치료가 필요하면 다시 상급병원에 오라는 지침을 받은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2차 병원에서 버티지 못할 정도의 의료 공백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심전도실 대기자 '63명' |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평소와 비교해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위급 환자를 이송할 경우 구급차에 탑승한 소방대원과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수소문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 당국에서 응급실에 전화를 돌리는 횟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늘어났다"며 "응급실 앞에서 진료를 거절당하는 등 '뺑뺑이'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인근 지역인 경남 양산과 창원 지역까지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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