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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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응해 공공의료기관 진료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동 역량을 최대치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공공의료기관의 낮은 의료 역량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응해 공공의료기관 진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을 가능한 최대로 연장한다"며 "주말과 휴일 진료도 확대해 공공의료기관 가동 수준을 최대치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응급 수술 등 필수 치료가 지연되는 병원의 인력 수요를 파악 중이며,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하겠다"면서 "국가보훈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등 소관 병원이 있는 기관에서도 외부 의사나 시니어 의사선생님 같은 대체의사를 임시로 채용하는 방법으로 의료 공백에 총력 대응해달라. 재정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해 위기 상황을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래, 입원 등 국내 의료서비스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 불과하다. 이 중에는 전공의가 대규모로 사직한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포함돼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곳도 상당수다.
정부는 대학병원을 제외한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 97곳이 정상 가동된다고 설명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들이다. 심지어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경찰병원 등 일부 공공병원에서 전공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료기관의 의료진 부족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사는 전체 의사의 11.1%에 불과하고 지방의료원 등 전국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19.8%)이 의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상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공의료기관 수 비율은 5.4%로 OECD 평균인 52.9%의 10분의 1도 안된다. 공공의료 시스템을 채택한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우리와 의료제도가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18.5%, 민간 의료제도가 중심이 되는 미국의 23.3%보다 더 낮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중도 9.7%로 OECD 평균인 71.8%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일본 27.5%, 미국 21.6%보다 더 낮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공의료 자원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며 "평일 진료 시간이 연장되면 안 그래도 과부하인 의료 인력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떠난 대형병원들의 의료 차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이 전공의 공백으로 대리 처방, 치료 처치 등의 불법 진료에 내몰리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손 부족으로 환자 소독 시행 주기가 4일에서 7일로 늘어나고 거즈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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