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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비대면진료’ 압박카드 꺼냈지만… 현장 의사들 “환자 분산 역부족” [의료대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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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태 위기감에 추가 대응

경증환자 비대면 진료 유도 기대

원격진료 플랫폼도 활성화 안돼

서울 병원 10곳 중 2곳만 “가능”

그마저도 다이어트 약 등에 국한

“다이어트약, 여드름약만 가능합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전공의가 7800여명이 이르자 ‘의원(병상 30개 미만)급’·‘재진’만 허용하던 비대면 진료를 23일부터 한시적으로 ‘병원(병상 30개 이상)급 이상’·‘초진’으로 전면 확대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선 중증·응급 환자에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전공의 업무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환자가 전원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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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사들이 반대하는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한다고 했는데, 전공의 집단이탈 나흘 만에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최후 수단’으로 언급한 비대면 진료까지 전면 허용하면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임시 조치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로 확대 시행되면서 의료 대란 이후 상황도 주목된다.

◆“10곳 중 2곳… 여드름약만 처방”

이날 취재진이 서울 시내 병·의원 10곳에 비대면 진료 여부를 전화로 문의한 결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이 중 한 곳은 일부 진료에 한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았고, 나머지 한 곳은 다이어트약이나 여드름약만 비대면으로 처방해 주는 피부과였다.

병·의원을 소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서울 지역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내과가 이날 오후 3시 기준 48곳, 소아청소년과가 17곳 올라왔다. 대부분 1차나 2차 병·의원으로, 현재 의료공백 사태가 심각한 대형병원의 역할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의료 대란이 중증·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 증상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중증·응급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하기 힘들어 ‘일반 환자’가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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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나흘째 이어지는 23일 경남 양산시 한 대학병원 내에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며 최상의 교육·연구·진료로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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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일률적으로 대상을 제한하지 않지만 응급이나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비대면을 하기 힘들다”며 “비대면 진료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는 응급실이나 기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한 신경과 의사도 “중증도가 있는 치료나 입원·항암 치료는 비대면으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사는 “전공의 공백 사태는 대형병원의 일인데, 우리 병원만 해도 대기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 사태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병원 의사는 “정부 대응은 보여주기식이고,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사소한 질병이나 약 처방을 동네병원으로 분산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다짜고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도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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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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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효과, 비대면 진료의 미래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가 중증·응급 환자에 직접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경증 환자가 큰 병원에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박 차관은 “안전과 관련된 것 아니고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규제가 다 풀리는 것”이라며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허용되니 특히 경증 외래를 많이 진료하는 병원급 기관의 참여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증 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흡수해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시행해 의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지난해 6월부터 재진과 의원급 중심 원칙을 갖고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플랫폼 업계는 이번 조치가 희소식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면 확대 시행 시점을 전공의 이탈 사태가 끝날 때까지로 수차례 못 박았다.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의 배경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선 플랫폼 업계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병원에 플랫폼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며 “플랫폼을 꼭 통해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선전화 등 해당 병원이 가능한 방법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정재영·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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