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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상승’ 원흉, 전세 제도 사라질까…“인센티브 줄여 의존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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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4년 새 37조원 늘어나

‘갭투자’ 도구로 ‘집값 상승’ 이끌어

금융당국은 DSR 규제 도입 검토

“인센티브 줄여 의존도 낮춰야”

헤럴드경제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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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가계부채 확대 및 주택시장 거품 형성을 막기 위해 전세 제도 활용에 대한 혜택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제도가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갭투자’ 도구로 이용되며 집값 띄우기의 원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전세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제도인 ‘전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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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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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월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20조7400억원으로 지난 2019년말(83조1000억원)과 비교해 37조64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을 제외한 주담대 잔액은 32조원가량 늘어나, 전세대출 증가 속도가 주담대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이 가팔라진 반면, 낮은 대출금리가 제공되며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 따라서다. 특히 집값 상승기, 전세 제도가 ‘주거 사다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 정책대출 등 혜택을 확대했다.

문제는 DSR 등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전세대출이 되레 집값 상승을 일으키며, 내 집 마련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집값 거품 형성을 막기 위해, DSR 등 각종 규제를 도입 및 강화해 왔다. 그러나 전세대출이 정책 우회 통로로 역할하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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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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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 관련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라는 일종의 사금융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우회하기 용이한 상황”이라며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LTV 규제 비율을 낮춘다 해도 전세를 이용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을 제외하더라도 가계부채 위험이 큰 상황에, 전세대출만 대출 규제를 비껴가는 방안은 편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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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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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또한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며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을 비춰볼 때 목적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안에 DSR 규제를 전세대출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가계부채 확대 추세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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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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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전세대출에 대한 지원을 줄여, 제도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전세 제도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감안할 때, 전세 제도에 부여된 각종 인센티브를 줄여나감으로써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 대비 보증금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 금리에 프리미엄 형식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등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및 혜택 축소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민 주거 안정 지원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전세 제도가 부정적 효과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서민 주거 비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한 대체 정책 수단의 모색 또한 중요하다”면서 “전세 인센티브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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