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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단독] 젤렌스키 최측근 "포탄·지뢰 120만개 북→러... 북한 선박 왔다 가면 공격 급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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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2년, 비극과 모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 인터뷰
"러, 북한 무기에 크게 의존 중" 확인

편집자주

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일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21일 수도 키이우 모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 무기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흐름'을 본다고 말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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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다녀가면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러시아군 공격 강도가 세진다"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아의 북한 무기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지금까지 구경 122·152㎜ 포탄과 82·120㎜ 크기 지뢰 120만 개 이상을 공급했다"고도 밝혔다. 그간 '북한이 100만 개 이상 포탄을 제공했다'는 언급이 우크라이나, 미국 등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종류와 수치를 더 구체화한 첫 설명이었다.

포돌랴크 고문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아우디이우카(19일) 점령은 평가절하했다. "최전선에는 중대한 변화가 없고, 인근으로 옮겨 방어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다만 최근 고전을 인정하는 듯 '러시아의 양적 압박에 맞선 전술적 방어'를 강조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부 결속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 최측근으로 인정받는 포돌랴크 고문 인터뷰는 개전 2년을 맞아 수도 키이우 모처에서 진행됐다. 언론인, 정치인 출신인 그는 전쟁 중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 외신 인터뷰에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다.
한국일보

발언 중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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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하는 무기와 관련, 우크라이나는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나.

"지난달 2일 하르키우를 공격한 미사일에 대해서는 이미 최종 결론이 났다. 포탄·지뢰도 120만 개 이상 전달됐다. 포탄은 구소련 방식으로 1960~80년대에 제조된 것들이다. 러시아가 매일 1만2,000~1만3,000발의 포탄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북한 무기는 러시아에 얼마나 중요한가.

"북한 선박이 러시아에 '특정 짐'을 내리면 러시아 기차가 이 짐을 싣고 곧장 전장으로 향한다. 기차가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러시아군의 적대 행위가 크게 늘어난다. 포병 사격 횟수 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무기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흐름을 분명하게 관찰했다. 북한은 이란과 함께 러시아의 핵심 군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미사일과 관련, 포돌랴크 고문이 '최종 결론'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영국 분쟁군비연구소가 현지에 떨어진 미사일 부품 290개를 조사한 결과 북한 등 8개국의 부품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던 것을 뜻한다. 또 앞서 유엔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등은 북한 나진항에서 화물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극동 항구로 이동하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북러 군사 협력이 심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역시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하면 우방국인 북한은 위축될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 기세가 오르면 북한도 의기양양해질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어떻게 되느냐가 한반도 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압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국이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협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일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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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랴크 고문은 최근 전황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 판단도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의 아우디이우카 점령 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러시아가 아우디이우카 점령을 선언했다. 평가를 한다면.

"최전선에서 중대한 변화는 없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그랬듯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에서 공세를 펴고 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 게 아니다. 작은 도시(아우디이우카)는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어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인근으로 옮겨 방어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러시아가 최전선에서 어떤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보나.

"전술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수준의 양적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우크라이나도 아우디이우카, 바흐무트 등에서 전술적 방어를 해야 했다. 방어 효과는 장거리 미사일, 포탄, 탄약 등 사용 가능한 자원의 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전술적 방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전략'은 무엇인가.

"(러시아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정면으로 싸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에 '절대 수량'은 의미가 없다. 얼마나 정밀하게 공격하느냐가 핵심이다. 그중 하나가 무인기(드론)다. 러시아군 후방 지대의 물류를 파괴하는 장거리 미사일도 중요하다. 우리가 해법(고정밀 무기)을 찾는다면 상황은 짧은 시간 안에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시점에 총사령관을 발레리 잘루즈니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로 바꾼 건 어떤 의미인가.

"시르스키 사령관의 장점은 지난 2년 동안 전장에 직접 참여한 이들로 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전쟁 계획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쟁에 뛰어드는 사람'이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최전방 격전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를 방문해 주둔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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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독일만 해도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75억 유로(약 11조 원)로 잡았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으면 유럽이 러시아와 싸우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폴란드 농민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반대 시위가 거세다.

“그것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지쳤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전쟁 후 2년이 흘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엇을 강조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내 축적된 피로감, 짜증, 절망, 무력감 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동기 부여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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