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출퇴근 재해 주장해 유족급여 청구했으나
행법 "교통 범칙도 범죄 행위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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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퇴근하던 70대 남성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충돌해 사망했으나, 도로교통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출퇴근 재해 인정이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와 관련해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원고 측이 부담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와 그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망인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은 토요일인 2020년 8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0년 9월 9일까지 병원 진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특별히 심각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였다거나, 장시간 허리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망인이 업무로 인한 허리통증이나 그로인한 치료의 시급성 때문에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망인은 서울시 공원관리 업무 담당 기간제 근로자로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보행자와 충돌한 뒤 뇌출혈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다음 날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출퇴근 재해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이 이를 부지급 처분 내리면서 청구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의무(횡단보도 앞 일시정지)를 위반해 발생한 재해로 사망했기 때문에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원고 측은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보호의무 위반을 단정할 수 없으며, 단순히 망인의 과실만으로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면서 "내리막길로 인한 불가피한 사고 또는 더 큰 손해 방지 위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에 근거해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때 범죄행위에는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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