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훔쳤다’며 지구대를 찾아와 자수한 한 고등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이 학생은 경찰에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났는데 동생들 밥을 제때 못 챙길까봐 자전거를 훔쳤어요.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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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 오산경찰서에 따르면 A군은 지구대를 찾기 이틀 전인 지난해 11월18일 늦은 오후 오산시의 한 아파트 내에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다.

아버지가 택배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어머니가 질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포함해 7남매의 맏이였던 A군은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훔쳤던 날은 아르바이트가 다소 늦게 끝났는데 중학생·초등학생·유치원생 등 어린 동생들의 저녁을 챙겨주기 위해 서둘렀고, 귀가 도중 자신의 친구 자전거로 착각해 집에 타고 갔다가 다시 돌려주게 됐다.

A군의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속하지 않아 복지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산경찰서는 오산시청,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등 기관과 함께 긴급복지지원 등 A군의 가정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A군 가정이 현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좀 더 나은 여건의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오산경찰서 관계자는 “A군이 초범이고 피해자도 선처를 원했기 때문에 최근 경찰의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에서 즉결심판 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벌금 10만원 선고유예를 결정했다”며 “여러 기관과 함께 A군 가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A군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어 거주지나 가정형편 등 자세한 내용은 가급적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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