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기업에 맡긴 '증시 밸류업'… 배당 강제규정 없고 稅혜택도 빠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작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비롯해 정책의 주요 내용을 모두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풀어놓았을 뿐 아니라, 참여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도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오히려 지난달 처음 공개된 것보다 기업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면에서 일부 후퇴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와 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상장사 자율로 공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해 회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스스로 평가하는 '현황 진단', 3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와 도달 시점을 설정하는 '목표 설정', 구체적인 경영전략 방안과 추진 일정을 담은 '계획 수립', 목표 달성 여부 평가와 주주와의 피드백 결과를 공개하는 '이행평가·소통' 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

공시는 연 1회가 기본이고, 2년 차부터는 전년도 계획과 이행 평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계획이 변경되면 연중이라도 추가로 수시 공시를 하도록 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라면 1년에 한 번씩 공시해야 하는 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밸류업 정책 자체를 강제가 아닌 자율 위주로 운영하기로 하고, 해당 기업군을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 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자율 공시가 가능한 사항으로 바꿨다. 대신 향후 발간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 여부와 투자자 소통 노력을 추가로 기재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과 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핵심 요소로 관심을 모았던 세제 혜택도 사실상 없는 수준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기업가치를 제고한 우수 기업 10여 곳에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표창을 받은 기업에는 5종의 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도입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 예상했던 배당 확대 시 세액공제나 세금 감면 같은 파격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한 지원책은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 승계 컨설팅뿐이다.

이 중 법인세 공제나 감면 컨설팅도 국세청이 59개에 달하는 공제·감면 제도에 대해 적용 가능 여부와 금액을 사전에 확인해줘 세무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질적인 세금 우대가 아니라 이미 각 부처가 운영 중인 세금 관련 심사나 컨설팅을 우선적으로 받게 해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모든 상장사가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외 4개는 중소기업에 한해서만 지원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세제 혜택과 동시에 기업들을 움직일 최소한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고배당 기업에 세율을 조정해주는 세제 혜택이 핵심이었는데, 협의 기관이 많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일본이 자체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는 프라임 시장에서 스탠더드로 한 단계 떨어뜨리는 제도를 운영하는 만큼 우리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 조달 비용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기업은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강등시키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