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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몇십년간 얼마나 염전노예로 부려왔으면”…정부 최후통첩에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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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공의 집 찾아가 복귀 명령, 법정대응 ‘본격화’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겁박하는 전체주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사직서 투쟁을 진행 중인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제시한 당근책이 오히려 반발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 시한이 다가오자 의사들 사이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말이 당근이 아니라 채찍의 미끼로 느껴진다”는 취지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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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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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8일 의협 전·현직 간부를 고발하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하는 등 법적 대응을 본격화했다. 정부가 자택 방문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서 전달을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전공의 고발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사 단체는 강력 반발에 나섰다. 이날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모습이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박민수 차관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공익을 위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두려워하거나 그런 것이 없다”면서 “29일까지 복귀 시한을 정해 놨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와 용산이 MZ세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대위가 꾸려진 후 전공의를 많이 접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 세대랑 완전히 새로운 인류로 생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의대증원 해결을 위한 협상 파트너로서 “의협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대통령실과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이고, 비대위는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이 총회를 열고 의결해 조직됐다"면서 “정부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날 공개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사망 사고가 면책이 아닌 감경에 그치고,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들도 다수 포함돼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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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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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위원장은 “사망 사고는 면책이 아닌 감경에 불과하고, 예외 조항을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도 포함돼 있다”면서 “국가가 의료기관에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 의사 개인의 돈을 모아 보험으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내달 1일 처벌을 본격화하면 전공의와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배 의사들도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의사 커뮤니티에도 의료계 인사들의 격분이 이어졌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법 따로 행정 따로, 어르고 윽박지르고, 나이 30살 넘은 전공의를 애 취급하고 있다”면서 “지금 대통령 지지율도 올라 선거 분위기도 좋은데 그만두고 돌아오면 안 되냐. 안 돌아오면 그땐 용서 못해. 3월까지 계속되면 좀 걱정돼”라며 우회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의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전공의는 “갑상선암에 걸려도 서울로 가는 와중에 의사 좀 늘린다고 지방의료가 살아나겠느냐”며 증원 무용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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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1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SNS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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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낸 대학병원 전공의들을 향한 정부의 압박에 대해선 “직장에서 사직한 이들에게 책임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자신의 SNS에 “의료가 정상 가동될 거라면서 왜 업무개시명령 따위를 내리느냐”며 “국가가 피교육생을 몇십년간 얼마나 염전노예로 부려왔으면 피교육생이 없다고 국가존립이 위험한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이에 불응하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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