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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서 밀린 애플, ‘바퀴 달린 아이폰’ 개발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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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각축전]

전기차 위축-자율주행 기술 한계

차세대 사업 ‘애플카’ 중단 선언

애플 “AI 모델 연내 공개하겠다”… 구글-아마존도 AI전쟁 본격화

동아일보

과거 온라인에서 공유됐던 ‘애플카’ 상상도 중 하나. 애플 기존 제품 이미지에서 따온 여러 상상도가 제시됐지만, 애플은 현재까지 애플카 이미지를 공개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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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Apple Car)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은 현재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산업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애플로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처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며 “자동차 디자이너 등 애플카 특화 인력은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일부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만인 2014년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사업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린 전기차 개발을 야심차게 지휘했다.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제너럴모터스 전직 임원인 필 에이브럼스는 WSJ에 “애플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고군분투하던 애플이 애플카의 2025년 출시 예정일을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형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처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8% 상승으로 마감했다. 쿡 CEO가 1일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애플카에 집어넣은 자원을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인 구글이나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도 이들은 대규모 감원을 이어가며 AI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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