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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OTT ‘매운맛’에 지친 시청자… ‘아는맛’ TV 드라마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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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 여자·순애·막장 복수극 등

‘진부한’ 소재 드라마 다시 인기

조선일보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조선의 왕 이인(조정석·오른쪽)이 남장을 한 강희수(신세경)와 바둑을 두다 손등에 입을 맞추는 장면. 여성의 활동이 제약됐던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남장 여자’ 서사는 해외에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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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 여자, 순애보, ‘막장’ 복수극까지…. “진부하다”는 평을 받으며 TV 화면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드라마 소재들이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MBC 금·토 드라마 시청률 최고 기록(18.4%)을 세우고 종영한 ‘남장 과부’ 퓨전 사극 ‘밤에 피는 꽃’을 비롯해 드라마 ‘아내의 유혹’(SBS·2008년)에 비견된 복수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 남장 여자와 왕의 로맨스 ‘세작, 매혹된 자들’(tvN)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작년엔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하게 엇갈리는 순애보 드라마 ‘연인’(MBC)이 선전하기도 했다.

공통점은 ‘뻔한 맛’이지만 시청자의 ‘도파민을 팡팡 터뜨린다’는 점. OTT를 중심으로 늘어난 어둡고 무거운 장르물에 대한 ‘피로증’으로, 시청자들이 감성적인 드라마들을 다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의 재소환”이라고 했다.

◇유쾌·설렘·애틋 對 범죄 난무

최근 TV 드라마와 OTT 드라마의 색깔은 확연히 갈린다. OTT 오리지널 드라마는 액션·범죄·스릴러 등 장르물(장르 자체 문법이 강조된 극)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 ‘선산’, 디즈니+ ‘최악의 악’ ‘킬러들의 쇼핑몰’, 티빙 ‘운수 오진 날’ 등 피 튀기는 드라마들이 그 어느때보다 많다. 이전엔 없었던 신선한 내용과 전개로 장르물이 대세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르물을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 중에선 ‘잔혹하고 선정적이다’ ‘보면 더 피곤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TV 드라마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방영 중인 ‘세작, 매혹된 자들’은 수채화 같은 감성적 장면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V 방영 후 넷플릭스와 티빙으로도 볼 수 있는데, 4주 연속 넷플릭스에서 비영어 TV 부문 글로벌 톱 10에 들었다. 부슬부슬 빗방울이 내리고 녹색과 연보랏빛 고운 한복을 입은 남녀 주인공이 눈빛을 주고받는다. 왕의 바둑 상대가 된 남장 여자와 왕의 로맨스로, ‘남장 여자’는 이미 국내 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소재이지만 이번엔 ‘진부하다’는 평보다 ‘아름답다’ ‘설렌다’는 평이 많다. ‘밤에 피는 꽃’도 남장 여자가 활약한다. 밤이면 복면을 쓰고 정의의 사도가 되는 조선 시대 여성의 코믹 액션, 로맨스에 시청자도 웃고 설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막장극’이라는 비판과 ‘사이다처럼 속이 시원하다’는 평을 모두 들으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친구와 남편의 불륜에 복수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 역대 tvN 월·화 드라마 중 전국 평균 시청률(9.2%)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공식 홍보 영상 조회 수가 10억회를 돌파했다. 시청자들은 ‘흔해 빠진 내용인데,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OTT 밖엔 다양한 시청자층 있어”

OTT로 우리 안방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해외에서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건 장르물이라는 편견도 깨지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글로벌 TV 쇼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일간 1위·월간 2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했다. K드라마 강세 지역이었던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최고 2위), 캐나다(최고 1위), 프랑스(최고 2위), 영국(최고 3위) 등 서구권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장르물 위주의 K드라마가 인기였던 서구권에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로는 전례 없는 인기”라고 했다. 해외에선 오히려 ‘남장 여자’와 ‘사이다’ 복수극에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바둑’ ‘몽우(가랑비)’ 등 외국 시청자 입장에서 생소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도 ‘진부함 폭탄 속의 새로운 보석’(IMDb) 등 호평을 볼 수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나라마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시청자층이 OTT에 모여있는 탓에 넷플릭스 등에서 나오는 순위만 보면 장르물이 대세인 것 같지만, 전 세대 시청자가 골고루 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것으로 어디에서든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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