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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포트] 베를린의 한국영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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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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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관객들의 한국영화 사랑은 남다르다. 올해로 74회째 개최된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4’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가 이를 다시 입증했다. ‘범죄도시4’는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는데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색채가 짙은 작품 일색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스페셜 갈라에 초청된 한국 액션영화 1편이 막바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의 16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고 폐막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영화제 기자회견에도 많은 취재진이 몰려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역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팀과 함께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마석도의 펀치는 눈을 속일 정도로 속도감이 더해졌고 빌런 백창기는 말보다 빠른 단검 공격으로 리얼 액션을 보여준다.

‘범죄도시’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순한 맛이지만 오프닝 시퀀스와 마지막 액션 장면은 역대급이다. 빌런 백창기를 연기한 김무열을 두고 “한국에서 가장 몸을 잘 쓰는 배우 중 한 명”이라는 마동석의 소개에 수긍이 간다. 태권도와 쿵푸, 브라질 전통무술 카포에라 등 다양한 무예 실력에 복싱까지 익힌 백창기와 마석도의 맞대결이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만들어낸다.

23일 베를린 영화제 공식회견에서 존 윅, 실베스터 스탤론을 언급한 브라질 기자의 질문에 마동석은 “굉장한 팬이다. 존 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과는 친분이 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를 보고 복싱을 시작했기 때문에, 롤모델 같은 사람”이라며 “앞으로 아날로그 하면서도 세련된 현실감 있는 액션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대해서는 “8편까지 대본 작업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와 액션을 준비하고 있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영화관에 걸고 모든 사람들이 극장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창기를 연기한 김무열은 “한국영화에서 90년대까지 성공적인 시리즈물이 많이 제작되었는데 이후 액션영화의 시리즈화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범죄도시 1편이 제작될 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프랜차이즈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건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자면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고민과 탐구를 멈추지 않는 돈 리(마동석)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의 곁에 함께 영화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친구들, 실력이 좋은 스탭들이 있다는 것도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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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 열기를 달군 한국영화는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여행자의 필요’다. 베를린 영화제가 편애하는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영화다. 은곰상만 다섯 번째 수상한 홍 감독은 “심사위원단이 내 영화에서 무얼 봤는지는 모르겠다. 궁금하다”며 카를로 샤트리안 예술감독을 찾아 “그가 나를 많이 초청해줬다. 내 영화에 공감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여행자의 필요’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른 나라에서’ ‘클레어의 카메라’ 이후 세 번째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에서 왔다는 아웃사이더 이리스역을 맡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피리를 불다가 만난 아들뻘 인국(하성국)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된 이리스는 월세라도 보태자는 생각에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로 한다. 이리스가 처음 개인 교습을 하게 된 이송(김승윤)과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사물에 대한 생각을 캐묻는다. 그리고 변호사 남편 해순(권해효)과 함께 이리스의 두 번째 수강생이 된 원주(이혜영)에게도 같은 대화를 시도한다. 이리스가 묻는 질문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섬뜩할 만큼 유사하다. 원주가 와인을 권하자 막걸리를 찾는 이리스가 다를 뿐이다. 그녀가 막걸리를 마시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홍 감독의 영화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술자리 장면에서 소주 대신 막걸리를 마시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홍 감독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소주를 마시는 게 힘들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행자의 필요’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가 쓴 책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 시선과 외부적 가치 기준에 부합하고자 천편일률적 스펙을 쌓는 데에 매진하며 판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등장시킨다. 한국에 온 외국인은 ‘시’를 통해 인생의 부족함을 채워주려 한다. 이리스가 개인교습 2회로 한달치 월세의 절반을 벌었다고 인국을 안심시키는 장면은 씁쓸함으로 남는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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