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억압에 저항한 3·1운동 105주년…주목할 만한 역사·문화유산은
독립기념관 독립운동 체험관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5천년 역사의 권위에 의지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며, 2천만 민중의 충성을 한데 모아서 독립국임을 널리 밝히는 것이다." ('3·1 독립 선언서' 중에서)
1919년 3월 1일 시작된 만세 운동은 곳곳으로 퍼져갔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 그날 서울,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에서 독립선언서가 일제히 낭독됐고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이어졌다.
1일 국사편찬위원회의 3·1운동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1919년 3월 한 달간 만세 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지금껏 확인된 자료 기준으로 72만8천828명. 실제로는 더 많았으리라 추정된다.
국권을 침탈한 일제의 부당한 지배와 억압에 맞서 저항한 3·1운동 105주년을 맞아 그날의 함성을 떠올릴 수 있는 역사·문화유산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기미독립선언서 |
가장 대표적인 게 1919년 3월 민족대표 33인이 공표한 독립선언서다.
'기미독립선언서'라고도 불리는 이 선언문은 독립의 의지와 당위성을 선포하고, 인도주의에 입각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의 민족자결과 자주독립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족대표들은 서울 종로구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했다.
빛바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이 선언문에 나타난 '작은' 실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첫 문장의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라는 부분에는 조선을 나타내는 한자 '朝鮮'이 '鮮朝'로 바뀌어있다. 박물관은 2019년 낸 전시 도록에서 "조판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조판은 원고에 따라 골라 뽑은 활자를 원고 지시대로 순서, 행수, 자간, 행간, 위치 등을 맞추는 일을 뜻한다. 당시 조판과 인쇄는 천도교가 운영하는 보성사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국가등록문화재 '진관사 소장 독립신문류' |
3·1운동 상황을 널리 퍼뜨렸던 신문이나 각종 인쇄물은 중요한 역사 자료 중 하나다.
2009년 서울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조선독립신문'은 당시 상황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던 '지하신문'이다.
발견 이후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신문 자료는 발행 일자가 1919년 6∼12월로, 3·1운동을 기점으로 진관사에서 활동하던 스님이 독립운동에 가담하며 확보한 자료로 추정된다.
신문과 함께 찾은 경고문에는 친일파를 꾸짖고 항일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독립 만세를 외치던 민중들이 들었을 태극기 또한 연구 가치가 큰 유물이다.
진관사에서는 일장기 위에 태극의 음(陰)과 4괘를 덧칠한 태극기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1919년쯤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다.
국가등록문화재 '남상락 자수 태극기' |
독립기념관에 있는 '남상락 자수 태극기'는 독립운동가 남상락(1892∼1943)이 1919년 4월 4일 독립만세 운동에서 사용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만든 태극기다.
전체를 손바느질로 만든 희귀한 태극기로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가 됐다.
1919년의 역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남긴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임시정부는 3·1운동 흐름이 이어지던 1919년 7월 국무원 내에 임시사료편찬회를 설치한 뒤, 약 50일간 자료를 수집·정리해 '조일관계사료집'(朝日關係史料集)을 간행했다.
총 4권으로 된 사료집은 한일관계사를 중심으로 삼국시대부터 3·1 운동까지의 역사를 총망라한다.
당시 100질이 출판됐으나 국내에는 독립기념관에 유일하게 완질본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등록문화재 '조일관계사료집' |
김윤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은 온지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온지논총' 최신 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시정부는 '한일관계사료집'(조일관계사료집을 지칭) 편찬을 통해 역사 전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사료집 편찬에 대해 "한국인에게 독립의식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연맹에 일본의 불법적인 강점과 한국의 독립이 정당함을 알리고자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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