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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韓증시 밸류업 맹탕 안되려면 … 상속세 인하·상법 개정 '빅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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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지금보다 커져야 기업 입장에선 증자(신주 발행)를 통해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어서 직접금융(주식+회사채)을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테슬라는 지난 13년간 유상증자를 통해 모두 190억달러(약 25조원)를 조달했는데, 국내 혁신기업들도 다양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서 이처럼 기업 몸집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이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경우 △모범납세자 선정 △R&D(연구개발)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 확대(스튜어드십 코드) △주주 친화 우수기업을 모은 상장지수펀드(ETF) 신설 등 혜택을 받습니다. 우수기업만 추려서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죠. 하지만 발표 당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7%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기업 자율에만 맡겨놓은 '맹탕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빅딜'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빅딜이란 상속세율 인하와 소액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같이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인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 친화에 소극적이고 적극적으로 주가를 부양하지 않는 이유는 상속세율이 최대 6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삼성가(家)만 해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해서 현재 5년에 걸쳐 지분을 처분하며 분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기업을 움직이는 오너 일가의 상속세를 줄여준다면 조금 더 주식을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일종의 당근책입니다.

이와 더불어 채찍도 필요합니다. 상속세율을 낮춰줬는데도 주주 친화 정책을 펴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상법 개정안이 언급됩니다.

국내 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 의사결정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이사(사내·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에 대한 충실 의무만 있을 뿐 주주 전반에 대한 충실 의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인적 분할, 오너 일가 지분율 증가를 위한 전환사채 발행 등을 의결해도 이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있는 미국과는 다른 행태로,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미국에선 이사들이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주식 9주를 보유한 리처드 토네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560억달러(약 74조원) 규모 보상안이 과도하다며 테슬라 이사회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머스크 보상안에 대해 무효화를 판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상법을 개정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 전반으로 확대한다면, 오너 일가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인적·물적 분할 등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자금들이 국내 증시로 들어와서 기업가치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인하와 상법 개정안이 동시에 이뤄지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선진화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성장·고령화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답은 데이터입니다. 이종 데이터를 모아 시대의 화두를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해 드립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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