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 및 주담대 여신 잔액/그래픽=윤선정 |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며 고삐를 조인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탄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695조7922억원으로 전월보다 4779억원 늘었다. 전달 2조9049억원에 달했던 증가폭이 대폭 낮아지면서 지난해 5월(1431억원 증가) 이후 9개월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잔액은 537조964억원으로 전월(534조3251억원)보다 2조7713억원 늘었다. 전달 주담대 증가폭 0.8%(4조4329억원)에 비하면 증가폭을 0.5%까지 낮춘 셈이다. 개인신용대출은 103조685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76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 잔액에는 지난 1월29일 출시된 이후 3주 만에 대출 신청 규모만 3조원을 넘긴 신생아특례대출도 포함됐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심사가 평균적으로 한달 이상 걸리는 관계로 대출 실행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달부터 신생아특례대출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증가폭 감소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금융권에서도 적정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 방침에 반영하라"며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경쟁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지난달 중순이 지나면서 주요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 금리는 연 3.26~5.46%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기준 연 3.21~5.33%와 비교했을 때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5%p, 0.13%p 올랐다.
은행권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도입되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지기 때문에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금리가 오르는데 한도까지 줄어 앞으로도 대출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쏠리면서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증가폭을 낮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대출이 인터넷은행으로 이동하면서 대출 잔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카카오·케이뱅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들 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실적은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흡수한 주담대 갈아타기는 3212억원에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주담대 갈아타기 여파로 대출 금리를 낮게 형성했던 건 사실"이라며 "당국의 주문사항에 더해 은행 스스로도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적정 선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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