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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값 사과’에… “대신 수입산·냉동과일 사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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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찾은 소비자들 ‘한숨’

사과·참외 개당 4000∼5000원대

과일 9.6% ‘쑥’… 소득 증가율 5배

가공식품·외식은 6%대 치솟아

작황 부진·기름값 등 물가 변수

“물가상승률 3%대 반등 가능성”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주부 김모(72)씨는 과일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는 매대에 진열된 과일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과 봉지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했다.

이날 김씨가 집어 든 사과 한 봉지 가격은 1만7900원으로, 한 개당 4500원꼴이었다. 김씨는 “예전에는 알이 크고 제일 좋은 과일을 몇 봉지씩 사서 식후마다 온 가족이 함께 먹었는데 최근에는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 손이 잘 가지 않는다”며 “오늘도 고민하다 과일을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큰맘 먹고 딱 한 봉을 카트에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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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사과 생산이 30% 급감해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2033년까지 사과 재배 면적이 8.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과일 판매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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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짜리 아이를 안고 온 주부 박모(36)씨는 최근 수입 과일을 주로 찾고 있다.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국산 사과나 배보다 망고나 파인애플, 오렌지 같은 수입 열대 과일 가격이 더 싸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렌지는 개당 1000원대인데 사과나 참외가 4000∼5000원대를 하니 국내 과일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며 “어른은 안 먹어도 되지만 아이가 찾으니 어쩔 수 없이 수입 과일이나 블루베리, 망고 같은 냉동 과일을 찾고 있다”고 푸념했다.

정부와 유통업계가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무섭게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지난달 반년 만에 2%대까지 둔화했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률 3%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먹거리 물가 탓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랐다.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3.8배, 3.3배였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3.1%로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특히 과일이 9.6%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다. 통상 설 연휴가 지나면 먹거리 가격이 안정되지만, 올해는 오히려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사과 소매가는 10개당 2만9467원, 배는 4만2127원으로 전월보다 8.45%, 20.2%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사과 도매가는 10㎏에 8만9120원, 배는 15㎏에 9만2860원으로 전년(3만9696원, 4만3072원)보다 124.5%, 115.6% 각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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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겁나네” 지난해 외식이나 가공식품 등 이른바 먹거리 물가가 6% 이상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물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매대에 진열된 사과를 둘러보고 있다. 사과를 포함한 신선과일 물가는 지난 1월 1년 전에 비해 28.5% 폭등했다.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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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올해 과일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 이상기온·기상이변 등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사료값 상승, 유가·전기료·인건비 상승 등 농가 비용 증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상재해로 사과, 배 등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의 경우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다. 실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전년(56만6041t)보다 30.3% 감소했고, 배 생산량은 18만3802t으로 전년(25만1093t) 대비 26.8% 줄었다. 이 때문에 수입이 되지 않는 사과는 수확철 이전까지 가격 안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이런 물가 불안이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에 3%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이후 2%대 초반으로 낮아진다는 전망이었다. 현재까지는 정부 전망과 일치하는 흐름이지만 3%대 고물가가 예상보다 오래갈 경우 정부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최근 지속 상승 중인 기름값도 물가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던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오는 4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생산자물가지수는 1~3개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기 때문에 2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비축분과 대체상품을 통해 먹거리 물가를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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