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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제재의 역설…설계 집중한 화웨이 AI칩, 엔비디아만큼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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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ㆍ모바일 박람회(MWC)에 참가한 화웨이의 전시관.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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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강력한 경쟁자’로 꼽은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910B’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통신장비회사에서 출발한 화웨이가 AI 반도체·클라우드 등 AI 시장에 위협적인 기술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현지시간) 미국 시장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 보고서를 인용해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910B는 알고리즘 처리 성능에서 엔비디아 A100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이론적으로는 우위에 있다”라고 보도했다. A100은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보다 한 단계 아래 제품으로 최근 AI 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모델이다.



화웨이, AI칩 어떻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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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일 스탠포드대학교 리서치 서밋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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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드910B는 지난해 화웨이가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메이트60프로에는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자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SMIC의 7나노미터(nm, 1nm는10억분의 1m) 공정에서 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000s’이 탑재됐다. 어센드910B도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후 SMIC 7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미국의 기술 제재를 받은 화웨이는 중국 내 다양한 공급업체와 협력하며 반도체 사업을 강화해 왔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최신 장비를 들이지 못하고 있어 첨단 칩 제조에는 한계가 있지만, 설계까지 막힌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산업 규모도 크고 더 발전해 있다”라고 말했다. 설계 능력은 있으니 제조 가능한 선에서 AI 반도체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매우 막강한 경쟁자”라고 표현하며 “기술 제한은 있지만, 이러한 칩을 많이 모아 (화웨이가) 매우 큰 시스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제하기도 했다.

어센드910B가 등장한 이후 중국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말 이 칩 1600개를 대량주문 했으며 중국의 AI회사 아이플라이텍은 이 칩을 활용해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했다. 엔비디아의 GPU를 구할 수 없는 기업들이 앞다퉈 화웨이 칩을 사들이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이 칩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이며, 이 칩이 내장된 서버 값은 150만위안(약 2억7700만원)으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A100 내장 서버와 비슷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기린9000s 생산을 늦추고 어센드910B에 생산 자원을 더 투입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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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체질 바꾼 화웨이



화웨이는 여전히 세계 통신장비 ‘넘버 1’ 기업이다. 하지만 이젠 AI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화웨이를 ‘AI 칩을 공급하는데 경쟁력이 있으며 AI 컴퓨팅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라고 규정했다. 젠슨 황의 발언에 이어 공식 문서에서 ‘최고 경쟁자’임을 인정한 것인데, 그 범위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폭넓게 본 것이다.

이달초 스페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모바일 박람회(MWC)에서 화웨이는 AI가 자사의 핵심 전략임을 강조하며 AI를 탑재한 지능형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등을 전시했다. 화웨이는 매출의 20%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의 25.1%인 1615억위안(30조6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삼성전자(8%)보다 3배 많다.



아무리 때려도...발전하는 중국 반도체



화웨이의 발전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반도체 제조 기업들 덕도 크다.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SMIC는 올해 5나노 칩 생산라인을 가동해 화웨이의 모바일 AP 칩을 시작으로 AI 칩까지 만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SMIC가 최근 3나노 공정을 위한 연구 개발팀을 내부에 구성했다고도 본다. 상당수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 조치가 시작되기 전 비축해둔 구형 장비로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수율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SMIC는 중국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활용해 약점을 상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선 SMIC이 연내 5나노 공정도 돌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SMIC의 1분기 매출은 17억1000만 달러(약 2조2700억원)로 직전분기 대비 2% 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이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20%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박해리·이희권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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