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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美만 질주에 “韓증시 매력 없어”… 한 달 새 9조원 판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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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학 개미 운동’은 끝난 걸까. 최근 한 달 새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미가 9조원 넘는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순매수를 꾸준히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차익 실현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매력을 못 느끼는 개미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1% 이상 늘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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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약 1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9조450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8조6290억원, 기관이 7130억원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다. 1월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86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수급 방향성을 180도 틀었다.

개인 매매 패턴을 코스피 지수와 연계해서 보면, 개미들은 지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차익 실현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2023년을 2655.28로 마쳤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 1월 말 2497.09까지 빠졌다. 이 기간에 개인이 ‘사자’를 유지한 건 저가 매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2월부터 외국인·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을 얻은 코스피 지수는 이달 4일 2674.27까지 올랐다. 지수가 살아나자 개인은 서둘러 수익화에 나섰다.

시장에선 그러나 “차익 실현을 고려해도 최근 개인의 ‘팔자’ 기조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우리나라 증시 전체 수급에 큰 영향을 주는 외국인은 2024년 들어 한국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월 유가증권 시장에서 3조483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2월에는 순매수 규모를 2배 이상 키우며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행보에 화답하듯 국내 주요 증권사도 코스피 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와 이익 추정치 상향 등을 근거로 코스피 지수 밴드 상단을 기존 2650에서 2870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환원 인식 제고와 배당성향 확대로 한국 증시 할인 폭이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도 개인은 매도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외국인이 계속해서 순매수세를 유지한다는 건, 코스피 지수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본다는 증거”라며 “그런데도 개인이 한국 주식 대량 처분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국내 증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빠져나간 동학 개미는 어딜 향하고 있을까. 수치만 보면 일부는 미국 등 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듯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721억6139만달러(약 96조1911억원)로, 1월의 646억9354만달러(약 86조2365억원) 대비 11.54% 늘었다.

작년 말과 올해 현재 코스피 지수는 거의 비슷하다. 박스권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뜻이다. 반면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24년 들어 8% 넘게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올해 8%가량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인 직장인 곽재현(가명) 씨는 “답답한 한국 증시보다는 고점 논란이 있긴 해도 인공지능(AI) 종목 기대감이 여전한 미국 주식이 낫다”며 “국내 투자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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