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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슬슬 피어오르는 집값 바닥론···“상저하고…올 하반기부터 완만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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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찬바람 불던 주택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소폭 회복하면서 집값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 다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낙폭을 키우는 등 혼조세가 이어지는 중이라 큰 폭의 반전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이 좀처럼 회복하지 않던 서울에서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지역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파구 아파트값이 12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다만 자치구별 가격 흐름은 달랐다. 송파구의 경우 이번 주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1% 소폭 오르며 12주 만에 상승 전환됐다. 이외에도 광진구, 성북구, 양천구 아파트값도 하락을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일부 사례기는 하지만 신고가를 기록하는 초고가 단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75㎡(66평)는 1월 9일 90억원(33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75평)가 지난 1월 9일 93억원에 손바뀜됐다. 송파구에서는 거여동 ‘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 전용 105㎡가 지난 2월 21일 1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244㎡도 지난 1월 말 5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비강남권에서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옛 75평)가 지난 1월 12일 97억원에 거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가인 지난해 10월(93억원)보다 4억원 비싸게 팔리며 100억원에 육박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자이’ 전용 125㎡는 지난 1월 8일 27억4000만원(7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평형 종전 최고가인 지난해 7월 27억3500만원(30층)을 넘어섰다. 여의도동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용 147㎡도 1월 22일 20억1000만원(25층)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이자 최고가인 지난해 3월 18억7500만원(10층)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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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가 늘어나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관식 기자)


서울 아파트 거래 5개월 만에 증가

송파구 집값은 12주 만에 상승 전환

지난해 9월부터 급격하게 위축됐던 아파트 거래도 올 들어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 거래량은 가격을 이끈다.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줄면 가격은 내린다. 특히 바닥권에서 거래량은 더욱 유의미한 지표가 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472건으로 지난해 12월 1824건보다 648건(35.5%) 많다. 전월 대비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9월(3400건) 이후 5개월 만이다. 마찬가지로 9월부터 내리 감소세였던 비(非)아파트 주택 매매 거래량도 올 1월(4979건)에는 전달(4578건)보다 400건가량 늘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아파트 거래가 증가했다.

직방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만8113건으로 전달(2만4121건)에 비해 3992건(16.5%) 많아졌다. 1월 계약분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2월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1월 거래량은 3만건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9~10월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만6815건에서 9월 3만423건, 10월 3만1309건, 11월 2만6587건, 12월 2만4121건 등으로 4개월 연속 큰 폭으로 줄어든 바 있다.

하락세를 보이던 전국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도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3으로 전달보다 2.9포인트 올랐다. 국토연구원의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락, 95 이상~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본다. 지난해 9월 119.4 → 10월 111.1 → 11월 101.9 → 12월 100.11 등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100선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9월 127.4로 2023년 연중 최고치를 보이고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지난 1월(104.3)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1월 93.8로 바닥을 찍은 뒤 2월 105.2 → 3월 109 → 4월 110.3 → 5월 117.3 → 6월 119.9 → 7월 123.7 → 8월 124.1 → 9월 127.4로 계속해서 오르다 10월 116 → 11월 104.4 → 12월 99.6으로 100선을 밑돌았다.

소비심리지수와 함께 세 달 연속 하락하던 실거래가지수도 1월에는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10월 -0.25%, 11월 -0.79%, 12월 -0.78% 등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1월 잠정지수 변동률은 0.22%를 기록했다. 호가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신고된 거래 가격을 이전 가격과 비교해 변동폭을 지수화한 것이다. 1월 확정치는 3월 중순에야 나오지만, 잠정치를 크게 벗어날 확률이 낮은 편이다.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여러 시장 지표가 개선된 것은 아파트값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실시에 따른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노원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실시되면서 급매물을 찾는 실수요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급매물이 우선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은 여전히 오르지 않고 있지만 아파트값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거래 증가에 한몫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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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더 안 오른다, 상승에 베팅

입주 물량 ‘뚝’ 전세난이 집값 올릴까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여러 지표가 회복세로 돌아서자 시장에서는 저점을 찍은 아파트값이 쭉 상승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수요, 투자 수요 모두 꾸준한 서울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맞물려 대체로 매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여파 등으로 주택 시장 관망세, 즉 바닥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도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방의 경우 올해도 집값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주택 시장은 상반기에는 보합세를 유지하다 하반기에는 상승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상저하고’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이 올해 집값 상승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인 것은 고금리 여파가 컸다. 대출 금리가 연일 우상향곡선을 그리면서 내집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의 숨통을 조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분위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우선 그동안 집값에 크게 영향을 미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시기와 인하폭을 두고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았지만 적어도 그동안 고강도 긴축을 이어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코픽스가 떨어졌다는 건 주담대 부담도 줄어든 것인데 주택 보유 체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또 다른 변수는 입주 물량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는 탓에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오른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릴 것으로 보는 인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한 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1422가구로 추산됐다. 지난해 집들이를 한 3만297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2024년 서울 지역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매매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 물량이 감소한 탓에 전세 시장 물량은 이미 2022년 연말과 비교해도 반 토막 수준”이라며 “그간 신축 위주로 반영되던 물가 상승분이 올해는 기존 구축 단지로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더 내릴 수도 있다?

‘스트레스 DSR’ 시행…돈줄 막힌다

다만, 본격적인 시장 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급격하게 얼어붙은 아파트 거래가 1월 들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아직 평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데다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탓에 금리 인하폭이 얼마나 커질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월 26일부터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더해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스트레스(가산) 금리’로 얹어 대출 한도를 더 낮추는 ‘스트레스 DSR’ 규제가 도입되기까지 했다. 가산금리가 더해지면 연간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정해진 DSR 상한(40%)을 맞추려면 대출 원금 한도가 수천만원 이상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DSR 규제보다 한층 강한 규제를 적용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연초 되살아나던 실수요자 매수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은 “급매물에 일부 대기 수요가 반응하면서 1월 거래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나 금리 수준을 보면 최근 거래량 증가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3월 청약홈 개편으로 분양 공고가 일시 중단되고 총선 이슈 등도 있어 거래 증가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아직은 시장 반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바로 매매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끌족의 성지’로 불리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하락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지난 2월 4일 4억6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2023년 상반기 5억~5억4500만원에 거래되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16% 가까이 빠졌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 8월 실거래가(8억원, 1층)와 비교하면 3억4000만원(42.5%)이나 빠졌다. 이곳은 7호선 노원역 역세권에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까지는 매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 관망세를 반전시킬 만한 이벤트가 없으면 집값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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