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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단독] “경찰 왜 한다고 했을까요”…서울변회, 경찰청에 특채 개선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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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커리어 쌓기 어려워 경찰 지원 안 해

승진 유리한 인기부서보단 송무 업무 배치

“복수직급제 확대 적용도 방법”

“근속 경감이 많아지니 젊은 경감은 근무평정에서 밀리는데, 특히 변호사 특채 출신자에게 양보를 은근히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요. 우리는 조직에서 ‘덜 아픈 손가락’이거든요. 나가서 개업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으니 미안함을 덜 수 있는 거예요.”

변호사 경감 특별채용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들에게 조직의 주류 집단에 속하지 못한다는 점은 내내 족쇄였다. ‘젊고 나가서 대형로펌 갈 거니까 근평 배당에서 양보해라’ ‘변호사 특채 출신자들 보니 금세 퇴사하고 조직에서 중하게 쓸 자원이 아니다’ ‘차라리 로스쿨 나온 경찰대 출신자가 더 충성도가 높다’. 변호사 특채 출신자들이 조직에서 견뎌온 말들이다. 변호사 특채 출신자가 조직에서 인정받는 경력을 쌓기가 어려워 중도 이탈자나 채용 미달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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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월31일 경찰청에 변호사 특채 제도와 관련해 개선점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이 변호사 특채 경쟁률 하락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의견 조회를 요청한 것에 대한 회신이다. 서울변회는 의견서에서 “처우 열악으로 채용자 미달과 인원 이탈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경찰의 거듭되는 변호사 채용자 미달 원인으로는 조직 내 커리어 문제가 꼽혔다. 같은 경찰공무원이지만 조직 내에서 간부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승진에 유리한 인기부서에 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변회는 “수사 목적 채용이라면서 변호사 특채 출신자를 초급간부로 바라보지 않고, 송무(소송에 관한 업무)처럼 비수사 업무에 발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기부서의 경우) 수사 업무 경력 여부로 경쟁하기 때문에 변호사가 필요한데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찰대 출신자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변호사 특채 출신자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최근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지원이 허용되며 경찰 내부에서도 변호사 채용이 없어도 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2020년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근무에 지장만 주지 않으면 휴직 없이 로스쿨을 다니는 것에 대해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처우 역시 문제다. 서울변회는 “변호사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에는 300만원 정도의 경감 월급도 매력적이었지만, 지금 신입 변호사도 최저 월급이 500만원가량인 상황에서 연봉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뜻이 있지 않은 한 경찰로 가고 싶은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는 후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직 전반에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권이 강화된 만큼 경찰로서는 법률 전문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경찰청은 변호사 인력 수급 난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8일 변호사 특채 과정에서 지원자 부담을 간소화하고 임용 이후 필수 근무지 방침도 개선했다고 공고했다.

해법으로는 이미 총경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복수직급제 확대가 거론된다. 복수직급제는 하나의 업무를 여러 계급이 맡을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총경 자리를 늘려 승진 경쟁을 완화하고 인력풀을 다양화할 목적으로 지난해 시행했다. 경정도 복수직급제를 적용해 변호사 특채 출신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주로 관리자 역할을 맡는 경정이 아닌 현장에서 뛰는 경감의 일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김기원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변호사가 5급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관리자가 아닌 변호사로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변호사 특채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놓고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전부터 제도 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해 왔지만,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면서 “서울변회에서 회신한 내용이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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