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떠밀려 나온 제주항공, 여전히 미온적
2조 육박하는 인수비용 조달도 문제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2파전 될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일 합병의 최대 분기점이 될 이사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강서구 오쇠동 본사.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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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사가 우선 뛰어들었다. 다만 만만치 않은 몸값이라 각사마다 인수 의향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일부 기업이 실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항공운항증명(AOC) 확보부터 등 적격성 여부를 별도로 따져야 하는 만큼 선정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 LCC 4곳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로부터 적격후보자(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는 곳은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율 35.3%로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JC파트너스는 재무적투자자(FI)로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엑시트 전에 화물사업부를 사들인 뒤 최대한 덩치를 키우기 위한 계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에서야 창사 6년 만에 처음 흑자를 냈다. 장기 운항 노선을 추가로 늘리고 항공기도 2대 더 확보할 계획을 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몸값이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평가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을 인수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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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은 100%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자금을 조달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형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사전에 특정하지 않는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며, 이미 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펀드에 몰렸다. VIG파트너스는 앞서 지난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때도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했다. 다만 쇼트리스트 선정 업체 중 유일하게 화물 항공운항증명(AOC)이 없는 상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심사하는 연말 전까지 국토교통부로부터 AOC를 승인받을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다.
업계에선 인수전이 흥행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격을 갖춘 기업 가운데 인수 의향이 강한 곳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그렇다. 제주항공 경영진은 일찌감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3500억원 수준이고 부채비율도 473%에 달한다. 모회사인 애경그룹 상황도 여의찮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지난달 KB증권에 제주항공지분 9.67%를 담보로 500억원을 대출했다. 에이케이에스앤디 등 다른 계열사들까지 포함하면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빌린 돈은 313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국내선 항공화물 점유율도 10.7%(2023년 국내선 전체 화물 기준)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타이밍은 아니다"며 "결국 인수전에 흥행을 위한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인천은 화물 전용 항공사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대한 만큼 네 곳이 각축을 벌이기보다는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의 2파전이 되면서 흥행이 저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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