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7.1% 줄어 500명대를 기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일정한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부는 아직 이 분석에 선을 긋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잠정)’를 보면 지난해 사고사망자는 598명, 사망사고 건수는 584건이었다. 전년(644명·611건)보다 사망자는 46명(7.1%), 건수는 27건(4.4%) 줄었다.
노동부는 2022년 1분기부터 산재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기존 통계와 별도로 산재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초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 첫 발표 때 비교를 위해 2021년 기준 비공식 통계(683명)도 집계했다. 비공식 통계까지 고려할 경우 2년 연속 사망자가 줄어 처음으로 500명대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303명, 제조업 170명, 건설·제조업을 제외한 기타 업종 125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38명(11.1%), 1명(0.6%), 7명(5.3%) 줄었다. 규모별로 보면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었던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과 지난 1월27일부터 적용 대상이 된 50인 미만 사업장 모두 사망자가 줄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54명으로 전년보다 34명(8.8%) 감소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44명으로 전년보다 12명(4.7%) 감소했지만 사고건수는 9건(3.9%) 증가했다.
업종·규모별로 보면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은 45명이 감소했지만 50억원 이상은 7명이 증가했다. 제조업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은 14명이 늘었지만 50인 이상은 15명이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 251명, 끼임 54명, 깔림·뒤집힘 43명, 부딪힘 79명, 물체에 맞음 67명이다. 2명 이상 사망한 대형사고도 줄었다. 2022년 20건의 대형사고로 53명이 숨졌는데 지난해엔 13건이 발생해 27명이 숨졌다.
노동부는 지난해 사고사망자 감소에 대해 악화된 경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 효과, 산재예방 예산 지속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건설 경기 부진으로 착공 동수와 건축 면적이 전년 대비 각각 24.4%, 31.7% 줄었고 제조업 가동률과 생산지수도 각각 4.6%, 4.0%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 실시율이 2019년 33.8%에서 2023년 71.8%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법이 사고사망자 감소에 미친 효과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최태호 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지난해 전체적인 사망자 감소를 견인한 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전년보다 8명 늘었다가 지난해엔 12명 감소한 것을 볼 때 아직 일관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 지난해 건설업은 50억원 이상 현장에서 사망자가 늘었지만 제조업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감소해 업종별로 다른 결과가 나온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년 연속 사망자가 감소세이고 중대재해법이 적용됐던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해 사망자가 12명 감소한 것을 두고 중대재해법이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사고사망자 통계라는 후행지표로 시행 2년여밖에 되지 않은 중대재해법 영향을 평가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이 회복됐는데도 역행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중대재해법이 방패 역할은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노동부 평가와 달리 노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위험성 평가)는 안전보건관리의 전반적 체질 변화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1년여 만에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노동부는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꾼 중요한 계기인 중대재해법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대재해법 유예 불발됐지만…양대노총, 민주당에 경고 메시지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2011744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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