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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우크라전·가자전쟁…퍼펙트스톰 맞은 이집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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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악화에 관광업 위축…후티 탓 수에즈 운하 수입도 반토막

연합뉴스

카이로 시내 환전소 앞을 지나는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자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가뜩이나 흔들리던 이집트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집트에 제공하는 구제금융을 80억 달러(약 10조6천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6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지난 2022년 발표됐던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갑절이 넘는 규모로 확대한 것이다.

같은 날 이집트 중앙은행(CBE)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27.25%로 6%포인트 전격 인상하는 동시에 환율을 시장에 맡긴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따라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가 한 번에 35% 넘게 평가절하됐다고 진단했다. 극심한 외화 부족에 시달려온 이집트는 이번까지 최근 2년 사이에만 네 차례나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했다.

이집트를 방문한 IMF 대표단 이반나 블라드코바 홀라르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어려운 상황이던 이집트 경제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추가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가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집트는 2019년 말부터 3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관광산업을 통한 외화 유입이 급감한 데다 각각 세계 1위, 3위 밀수출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 식량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이집트에선 일부 식자재 가격이 네배 넘게 뛰고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민생고가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 이집트와 맞닿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집트 관광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홀라르 단장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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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자 전쟁 이전까지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연간 94억 달러(약 12조4천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던 수에즈 운하도 수익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참전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 운하의 물동량이 급감한 결과다.

이집트는 지난달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자국 북부 지중해 해안 일부의 개발권을 넘기고 350억 달러(약 46조원)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받기로 하는 등 외환시장에 숨통을 틔우려 노력 중이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IMF와 구제금융 확대에 합의하면서 IMF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기금으로부터도 12억 달러(약 1조6천억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세계은행(WB)이나 유럽연합(EU)에서 받는 차관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는 외화 보유고를 높이는 동시에 채무 부담을 줄이고, 외국인 직접 투자가 계속되도록 해 이집트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중앙은행도 작년 여름 한때 40%에 육박했던 물가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억누르는 걸 중기적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다만, 곧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NYT는 "이집트 경제는 지난 10년간 안정을 찾으려 허우적대왔다. 많은 이들이 (신행정수도 건설 등) 초대형 사업에 대한 과도한 지출과 지나친 수입 의존도를 비롯한 관리 부실이 이집트를 잇따른 외부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관측한다"고 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1년 이집트 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을 몰아낸 여파가 여전한 탓이라며 책임을 부인하지만 현지 주민 상당수는 엘시시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IMF가 2016년부터 이집트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면서도 경제 체질 자체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국회의원 출신의 재무 전문가 모하메드 푸아드는 "그들은 내부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까지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실수는 (경제) 기초가 흔들리는데도 2016~2020년 사이 거시경제 측면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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