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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금감원 “홍콩 ELS 배상비율 DLF 때보다 높지 않아…대부분 20~60%”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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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홍콩ELS 배상기준 발표

판매사·투자자 특성·책임 종합고려

소비자보호 미흡땐 100%등 차별

“DLF보다 판매사 책임 더 인정 어려워”

제도개선 추진…제재 수위엔 말 아껴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금융감독원은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과 관련해, 평균적으로 적용될 배상비율이 손실금액의 20~6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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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준안에 제시된 배상비율 상한은 역대 최고인 100%이지만, 실질적으로는 80%까지 배상이 이뤄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보다 배상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강화된 만큼, 당시처럼 판매사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ELS 투자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경우엔 자기투자책임 원칙에 따라 아예 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청력 약한데 “이해했다” 답, 불완전판매 적발…“개별 일탈 아니다”

금감원이 1월 8일부터 3개월간 11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벌인 결과,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판매사들은 홍콩 H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무리한 실적경쟁을 조장하면서도,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관리 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위험 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 조정하거나 판매시스템을 설계하고, 투자자 성향분석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을 누락·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업점 판매과정에서는 안정적 투자성향의 고객에게 투자성향 상향을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게 하고,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 조사, 가입신청 등을 대리 작성·서명하는 사례까지 발견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사 결과에 나온 불완전판매 사례는 일부 판매사의 개별적 일탈이라기보다, 특히 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판매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ELS 배상비율 다수가 20~60% 범위 내 분포”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 등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만큼 기본배상비율 20~40%를 일괄 적용하면서도, 판매사와 투자자의 특성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비율을 가감하도록 했다.

가산항목은 ▷예적금 가입목적 10%포인트 ▷금융취약계층 5~15%포인트 ▷ELS 최초 투자 5%포인트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 5~10%포인트 ▷비영리공익법인 5%포인트 등 최대 45%포인트다.

차감항목은 ▷ELS 투자경험 2~25%포인트, ▷가입·수익규모 5~15%포인트 ▷금융상품 이해능력 5~10%포인트 등 최대 45%포인트이며, 그 외에 기타조정항목을 통해 ±10%포인트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배상비율은 적게는 0%, 많게는 100%까지 산출될 수 있다. 배상비율 상한인 100%는 기존 역대 최고였던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 때의 80%를 훌쩍 넘는 수치다.

다만, 금감원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20~60% 배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DLF 때는 배상비율 일괄적으로 20% 배상하도록 하고 분쟁조정 6개 대표사례에 대해서는 40~80%의 배상비율을 제시했는데, 이보다 실질적인 배상 상한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DLF 사태와 비교해서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하면, 그때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다. DLF 때 배상비율이 40~80%였는데 이번엔 더 높게 적용되긴 어려울 걸로 본다”며 “다수의 케이스가 20~60% 범위 내에서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2021년 금소법이 시행되는 등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절차가 강화된 만큼, 당시보다 판매사의 책임을 더 인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기본배상비율이 DLF 때보다 5%포인트 낮은 20%로 책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DLF 사태 이후 금소법도 시행되고 판매 규제도 타이트해졌다. DLF 때만큼의 부실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려웠다”면서도 “DLF 때와 (배상비율) 차이는 절대적 기준의 차이가 아니라 상대적 중요도의 차이라고 봐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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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 진행·제도개선 추진…“자율배상 적극 협조” 당부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이번 기준안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각 판매사도 기준안에 따라 향후 투자자와의 사적화해 절차를 통해 자율 배상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판매사의 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자율배상을 실시하는 판매사에 대해서는 제재시 감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고경영자(CEO) 등 제재 가능성 및 제재 수위와 관련해 이 수석부원장은 “현재 상황에선 제재 여부나 수위에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에 말씀드릴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위원회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검사 결과 분석과 해외사례 연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고난도 상품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ELS 상품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만큼, 판매상품 범위 재검토도 이뤄진다.

이 수석부원장은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반복 발생하는 상황이 제도에서 기인하는지, 영업관행에서 기인하는지 면밀한 진단을 토대로 제도 개선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번 분쟁조정 기준안에 대해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시장원리의 근간인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심사숙고해 마련했다”며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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