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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25년 빗장 건 최저임금 업종 구분···'외국인 돌봄 논란'에 뜨거운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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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돌봄 인력 대안' 보고서

업종구분 논의 '촉매제'로 작용

경영계 "차등도입 필요성 커져"

노동·시민단체는 "차별" 반발

'캐스팅보터' 공익위원이 변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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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본격화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 전에 한국은행이 외국인 돌봄 인력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하고 노동계가 이 주장을 반대하는 ‘장외전’까지 먼저 시작됐다. 변수는 최저임금 심의의 키를 쥔 새 공익위원 성향과 올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꼽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 등 13개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는 12일 서울 한국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돌봄 서비스 보고서’ 폐기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외국인 돌봄 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제시했다. 단체들은 이날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했다”며 “돌봄 이주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차별하자는 것”이라고 한국은행을 비판했다.

이 상황은 4월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 돌봄 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은 외국인 차별 금지 등 관련 법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차별 금지 협약 비준 철회, 개별 가구의 근로자 직접 고용, 최저임금위 업종 구분 결정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모두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다. 임금 차별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은 전례가 없고 ILO 협약 비준 철회는 국제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개별 가구의 직접 고용은 비용 부담과 근로 감독이 난제다. 최저임금위 심의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만큼 네 가지 안 중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저임금 업종 구분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25년간 빗장이 열리지 않았다. 업종 구분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98년 한 차례뿐이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고 어떤 업종 임금을 차등할 수 있는지, 차등 임금이 맞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 기구다. 역대 업종 구분 찬반 투표를 보면 노사 중립 지대인 공익위원 중 과반이 업종 구분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돌봄 업종은 최저임금위 업종 구분 심의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 다뤄진다. 특히 돌봄 업종 논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처럼 사업주의 비용 부담 측면이 아니라 근로자(돌봄 서비스 이용)의 비용 부담 측면이 부각됐다. 실제로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작년 심의 과정에서도 경영계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 3개 업종의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저임금위 위원은 “가족 간병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 업종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누가 새로운 공익위원이 될지다. 공익위원은 늘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업종 구분과 최저임금 수준은 노사가 늘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에 찬반 표결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2.5%로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는 점도 심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는 업종 구분을 먼저 결론짓고 임금 수준 결정에 나선다. 경영계는 업종 구분 무산을 임금 상승 폭 제한의 근거로 삼아왔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업종 구분이 적용될 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임금 상승 폭을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돌봄 서비스 외국 인력의 국내 유입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에 대한 업종별 적용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위도 과거와 같은 획일적 입장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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