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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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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베트남 공사대금 달라"…한국 기업 대신 정부가 나서도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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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해외수주 330억달러 시대, 현실이 된 해외건설 리스크④
[the300]롯데·포스코, 떼인 돈 185억...베트남 3개월째 서류 검토만

[편집자주] 해외 건설 수주액이 4년째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400억달러다.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도 '원팀코리아'로 수주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해외 사업이 늘어난 만큼 '부실 수주' 위험도 커졌다. '황금향'을 쫓는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현주소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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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년째 베트남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를 대신해 현지 정부에 수차례 협조 요청을 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자국 기업 이권을 위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주베트남한국대사관 전경. / 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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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년째 베트남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를 대신해 현지 정부에 수차례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3개월 넘게 서류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베트남 기업 간 거래에 베트남 정부가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형국이어서 '외교문제 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외교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주베트남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베트남 외교부와 교통부 등에 '국내 기업 활동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공한(公翰·공적 서류)을 수차례 발송했다. 롯데·포스코와 베트남고속도로공사(VEC) 분쟁에 국제상공회의소(ICC)가 우리 측에 공사대금 약 18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협조 요청이다.

ICC는 싱가포르에 위치해 관련 판결문에 대한 주싱가포르베트남대사관의 영사 인증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국제 판결문에 문제가 없다'고 공증해야 베트남 현지에서 공사대금 지급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영사 인증은 3개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른 우리 정부 문제제기와 협조 요청도 묵살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지난해 12월 외교적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베트남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문제를 제기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공한을 발송했다"면서 "베트남 측에선 공한을 잘 받았고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베트남한국대사관 등이 롯데·포스코와 관련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에 추가 공한 송부, 관계자 면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한국-베트남 국세관세 대화' 등 간담회를 개최해 베트남 정부에 우리 기업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각종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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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올해 부처 주요정책 추진계획 중 하나로 "전 세계 167개 재외공관을 명실공히 수출 수주 전진기지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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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문제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태 진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양국 기업 간 거래에 영사 인증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외교문제로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관계자는 "현 정부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재외공관 지원 확대를 공언했고 경제외교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선 외교당국 고위급 차원에서 베트남 정부에 강한 유감 표명과 국내기업 활동 보장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올해 부처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167개 재외공관을 명실공히 수출 수주 전진기지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또 "해외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우리 재외공관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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