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출근길 예비신랑 살린 35년차 경찰…"일단 살려야겠단 생각 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길가에 쓰러진 20대 남성이 출근 중이던 35년차 베테랑 경찰관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중앙일보

35년차 경찰인 권영철 경감.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권영철 경감(범죄예방대응계장)은 출근 중이던 지난 13일 오전 8시 20분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건축사무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서 뒤쪽으로 300~400m 떨어진 이면도로였다.

1989년 경찰이 된 후 송파경찰서에서 5년째 근무 중인 권 경감은 평소 매일 오전 7시 자택에서 나온다. 이후 경찰서까지 약 1.5㎞를 걸어서 출근한다. 하지만 이날은 경찰 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매주 수요일 ‘가족 사랑의 날’이어서 평소보다 여유있게 출근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권 경감이 근처로 다가가자 의식을 잃고 길가에 쓰러진 한 남성이 보였다. 이 남성은 눈에 초점 없이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권 경감은 이 남성의 상태를 확인한 뒤 주변에 서있던 시민들에게 119 신고 여부를 우선 확인했다. 그는 이미 신고를 했다는 시민들의 말을 듣자마자 이 남성의 몸을 흔들었다. 처음엔 의식이 돌아오는 듯 했으나 다시 의식과 호흡이 사라지는 것을 본 권 경감은 주저없이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다. 시민들도 쓰러진 남성의 기도 확보를 위해 몸을 잡아주는 등 권 경감을 도왔다.

해당 남성은 권 경감이 CPR을 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 의식과 호흡이 돌아왔다가 잃기를 반복했다. 권 경감은 15분여 동안 계속해서 CPR을 하며 이 남성의 호흡이 회복되도록 도왔고, 네 번째 호흡이 돌아왔을 때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이 남성은 현재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회복됐고 안정을 취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결혼을 앞둔 20대 예비신랑이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권 경감은 “평소 교육 시간에 CPR을 익혀둔 게 도움이 됐다. 쓰러진 시민을 보자마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곧바로 CPR을 했던 것 같다”며 “매일같이 다니는 출근길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