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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단독] 통상마찰 우려됐나…정부, OTT 방발기금 연구용역 결과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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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산정 및 부과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마무리

방발기금 대상 확대 기조 변화…"내부정책 검토 중으로 비공개"

역차별 우려도…"해외 사업자 자발적 책무 달성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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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지난해 발주한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를 고려해왔는데 정책기조가 달라진 모양새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 개선안 마련에 앞서 지난해 4월 발주한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산정 및 부과체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최근 마무리했다.

앞서 방통위는 방발기금 부과 기준과 대상을 살피기 위해 해당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현재 방발기금 부과 기준과 대상에 대해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라,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특히 부과 대상 설정에 있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방발기금 대상을 국내외 OTT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왔다. 표면상 이유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다. OTT 등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의 커진 만큼 이들 역시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프랑스가 영상물지원기금(FSA)을 조성해 OTT 사업자로부터 매출액의 2%를 걷고 있다는 부분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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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방발기금은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자에 부과됐다. 공공재(주파수)나 사업권역에 대한 배타적 사업권을 허가받은 만큼, 여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산업 발전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징수율은 케이블TV(SO)·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1.5%로 같고, 홈쇼핑 사업자는 13%다. 지상파는 KBS 2.55%, MBC 3.82%, SBS 1.94%로 서로 다르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진행된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OTT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기금 참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국제적으로도 유럽은 (기금을) 부담 지우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만큼 방통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준을 세워나가겠다”고 답하며, 사실상 동의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정책연구과제는 내부정책 검토과정 중으로 (연구용역 결과를) 대외 비공개하는 점을 양해바란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여기엔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가 통상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정부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예정됐던 민생간담회에서도 이미 감지됐다.

지난달 28일 진행되기로 했던 민생간담회는 돌연 무기한 연기됐는데, 여기엔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간담회에선 OTT 구독료 인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등 매출원가가 큰 OTT의 상황을 고려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방발기금을 걷는다면, 국내 사업자만 방발기금을 내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넷플릭스만 해도 2022년 기준 국내법인의 영업이익은 142억에 불과하다. 매출원가를 높게 책정해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그룹사에 지불하고 있는 탓이다.

한편 전문가들도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유럽 같은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해외 콘텐츠의 장악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미디어 산업이 활성화된 영국 조차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전체 SVOD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기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기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무조건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닌, 이런 상황들이 함께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방발기금 대상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운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컨대 최근 5년간 방발기금을 부담하지 않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 기관에 지원된 예산만 약 23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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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방위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가 집행하는 방발기금 중 ‘아리랑국제방송 지원’, ‘국악방송 지원’, ‘언론중재위원회 지원’ 사업에 대한 2023년 예산은 약 430억원이다.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각각 국제방송교류재단과 국악방송, 언론중재위원회로 전부 문체부 소관 기관으로, 방통위가 출범한 이래 한 번도 방통위의 소관 기관이었던 적이 없었으며 방발기금도 납부하지 않는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규제가 만들어지더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라며 “해외 사업자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등 자발적인 책무를 달성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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