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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라는 이유로, 제게는 최저임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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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주최로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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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김서윤씨의 월급은 206만740원으로 고정돼 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올해 최저임금이다. 하지만 김씨의 실제 노동시간은 주 60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평일 밤 11시까지, 주말도 최소 4~12시간은 일했어요. 언젠가 대충 계산해보니 시급 5000원 수준이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문제의 원인은 김씨의 고용형태에 있었다. 김씨는 전형적인 ‘무늬만 프리랜서’다. 김씨의 계약서 이름은 ‘프리랜서 근로계약서’다. ‘프리랜서’와 ‘근로자’가 함께 붙은 것부터 모순이다. 소정근로시간과 휴일은 ‘탄력적’이고, 업무장소는 사실상 모든 곳이다. 근로기준법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추후 방송업무 기회를 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과도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업무를 계속해 나가는 비정규직 작가들이 많다”며 “열정과 헌신을 요구하는 제작사들이 개선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 같은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동단체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연 집담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을 박탈하는 계약 때문에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콜센터에 취업한 허은선씨는 근로계약서 대신 ‘교육확인서’를 받았다. ‘교육생’이라는 명목으로 하루 기본급은 3만원만 받았다.

허씨는 “근무시간에 상담 건수를 채우느라 바빠서 점심시간을 쪼개 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당연히 추가근무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소득이 늘어난다면 아플 때 병원에 잘 가고, 친구들도 더 만나고 싶고, 원없이 영화관에 앉아있고 싶다”고 했다.

웹툰 보조작가 A씨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만 월 수입은 50만원이다. 작업 건별로 보수를 받는 외주용역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A씨는 글 작가로부터 받은 시나리오를 콘티로 만들고 배경을 넣는 일을 하는데, 한 달 내내 일해도 3회 분량 정도 만들 수 있다.

A씨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걸 아는데 웹툰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열정페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웹툰을 정말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편의점 알바를 뛰어야 하나 택배 알바를 뛰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병원비, 차비, 옷은 이미 포기했다”고 했다.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지금 최저임금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 문제가 이야기되기 시작하면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긍정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청년들 선망하는 대표업종 60개사…그곳은 ‘노동지옥’이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121200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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