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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KDI “중장년층 정규직 취업 힘든 건 과도한 연공 서열 탓…직무·성과에 따라 임금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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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은 과도한 임금 연공체계가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직무급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방안’을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36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2위인 일본과도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임시고용은 기간제, 파견 근로자 등을 말한다.

세계일보

서울 용산구 서울역을 이용하는 직장인 및 시민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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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자유로운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은 두드러졌다. 한국의 경우 임금근로자 중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은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중년 이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기존 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기는 중장년층이 많았던 셈이다.

한 연구위원은 중년 이후 나타나는 고용 불안정성의 근본 원인은 이들을 찾는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이유든 정규직 일자리에서 이탈하면 다시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중장년층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의 정규직 재취업이 힘든 이유는 뭘까. 한 연구위원은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높은 임금 연공성과 결합된 강한 고용보호와 이른 정년은 비록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 차원에서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면서 “특히 정규직 고용보호는 중장년 정규직 채용수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중장년에 대한 고용시장의 낮은 정규직 수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노동시장 구조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심화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출산·육아로 정규직 일자리를 떠나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출산·육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이에 정규직 임금의 연공체계 완화를 제언했다. 공공부문이 선도해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 이후로는 연공 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부당해고 판정 시 사용자의 금전 보상 신청을 허용하는 등 해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정규직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간제·파견 등의 사용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의 계약종료 비용을 높여 정규직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한 연구위원은 제안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구직급여 재설계 등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새로운 기준은 제도개혁 시점 이후 새롭게 체결된 고용계약부터 적용하는 점진적 개혁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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