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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쉬운 美보다 고용 불안한 韓 중년…KDI “연공서열 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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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구직 신청서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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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 연수를 쌓을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서열’의 노동 구조가 오히려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을 부추긴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직무·성과에 따라 임금 상승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펴낸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보다도 50세 이상 중장년층 임금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이 높다. 미국은 남녀 모두 임금 근로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중위 근속연수(근속연수 중간값)가 안정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한국은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로 중위 근속연수가 떨어진다. 60대부터는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단적으로 2022년 기준 55~64세 임금 근로자 중 임시고용(1년 미만)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 33.2%, 여성 35.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위 일본과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난다. OECD 회원국 평균은 남성 8.2%, 여자 9.0%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근로자는 정년까지 안정성을 누리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에서 이탈하면 다시 정규직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여성의 경우 출산·육아로 직장을 떠난 뒤 복직하거나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워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연장하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통계청 ‘2023년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64세 임금근로 경험자 중 정년 퇴직자는 남성 26%, 여성 7% 수준이다. 정년을 늘린다고 해도 소수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KDI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을 중심으로 연공서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예: 경력 10년) 이후 임금 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급’을 적용하는 식이다.

해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한 팀장은 “한국은 부당 해고 판정 시 복직이 원칙이다. 근로자가 복직을 포기하거나, 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노동위원회가 금전 보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무리한 복직이 채용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는 만큼 (부당 해고 시) 금전 보상에 따른 해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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