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화물운송 비중 확대, 코로나 대응 위한 적절한 조치"
현산 "매도인 귀책 판결에 반영 안 돼 유감"…상고 방침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서 받은 계약금(이행보증금) 2500억원 소유권을 놓고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이양희·김규동 부장판사)는 21일 아시아나·금호건설이 현산·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낸 질권(담보) 소멸 통지·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인수 계약 해제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계약금도 인수 계약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소송은 아시아나 인수에 참여한 현산이 총 2조5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맺고, 총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원고 측에 지급한 후 인수가 무산되면서 이뤄졌다.
현산은 2019년 11월 코로나19 여파로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아시아나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인수 의지 의심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인수가 무산되자 양측은 계약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갈등을 빚었고 결국 계약금에 관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아시아나 측이 계약을 위반한 책임이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무·영업 상태가 크게 악화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천재지변'이라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2019년 말 상황은 회계 정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역시 예외 사유"라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운송 비중을 확대하는 조치를 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여객운송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며 "이를 통해 양측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라는 변수가 생기자 채무 이행을 거절한 현산 측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산 등은 인수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와 이로 인한 유동성 공급 문제를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 감당해야 할 상황에 이르자 그때부터 비로소 아시아나항공 등에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구하고 구체적인 범위 확인을 요구받고도 구체적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약벌(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내야 하는 벌금) 약정이 일반적인 도덕관념인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현산 측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액수가 고액이긴 하지만 총 인수대금 규모, 거래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측 유무형 손해 등까지 고려하면 과도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 직후 현산은 "매도인 측 귀책으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이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아주경제=백소희 기자 shinebaek@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