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울고 화장실 못 가리는 노령묘, 치매 여부 확인해야
고양이가 치매에 걸리면 사람과 비슷하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국제 수의학 학술지인 ‘고양이 의학 및 수술 저널(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행동 문제가 있는 12~22세의 고양이 100마리를 분석한 결과 △과도한 울음소리(특히 야간) △배변 장소 착각 △방향 감각 상실 △목적 없는 움직임 △불안 등의 증상을 주로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지나친 그루밍 △식사량 변화 △공격성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2~3개 이상 나타나는 경우, 고양이의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주질환이나 소화장애가 있는 경우 사료를 먹기 어려워지면서 식사량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관절염이 있는 경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이 없는 데다 증상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치매로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고양이에게 치매가 발병하는 이유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화로 인해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신경독성물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면서 뇌에 침착되고, 뇌세포와 뇌혈관에 영향을 미쳐 인지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외에 △뇌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의 과인산화 △뇌혈관의 미세 출혈 △혈액순환 장애 △뇌종양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환경 풍부화, 영양 공급 등이 도움 돼
치매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보호자가 평소 고양이의 건강 상태와 환경을 잘 관리하면 충분히 치매를 예방하고,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고양이가 중년의 나이인 6~7살에 접어들면 매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나 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는 완치 방법이 없어 증상 관리에 초점을 두고 치료하는 만큼, 빠르게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움직임이 많지 않거나 비만한 고양이는 활동량을 늘려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강아지와 달리 야외 산책을 나가기보다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경 풍부화’를 통해 꾸준히 움직임을 유도하고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캣타워나 캣터널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좋아하는 장난감과 간식을 집안 곳곳에 숨겨 두고 찾는 노즈워크 놀이를 하는 등이다.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급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뇌세포를 보호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나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E 등이 대표적이다. 오메가3는 참치, 연어, 새우 등 생선으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이거나 동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오메가3 영양제를 먹이는 방법으로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 E의 경우 단호박이나 고기류, 계란 노른자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간을 하지 않고 조금씩 급여하거나 이들을 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면 된다.
한편, 고양이의 치매 증상이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집 안에서 길을 잃거나 하려던 것을 잊어버리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보호자에 대한 집착이 심해질 수 있다. 이때 고양이를 억지로 떼어내기보다는 충분히 애정을 표현하고 고양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다. 집 안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과 보호자가 가까이 있음을 계속해서 알려 주면 고양이의 불안감을 안정시킬 수 있다. 오히려 이를 방치하거나 억지로 떼어놓을 경우 보호자를 찾는 울음소리가 심해지면서 고양이의 목이 쉬기도 하고, 불안이 심해져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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