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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선거와 투표

신문만큼 투표용지 세금낭비 정치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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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매일경제

46개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38개 정당이 난립하는 바람에 오는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신문 세로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지난 총선 때보다 1개가 늘어난 38개 정당이며, 총 후보자는 253명이다.

총선을 앞두고 '떴다방' 식으로 급조된 정당들이 생겨나면서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긴 51.7㎝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게 됐다. 이로 인해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100% 수개표가 불가피해졌다. 선관위가 이번에 도입한 투표용지 분류기는 46.9㎝(34개 정당)까지만 자동 개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쟁률은 5.5대1로 지난 총선의 6.6대1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비례대표 문턱이 낮아진 탓도 있다. 지역구 후보 기탁금이 1500만원인 것에 비해 비례대표 후보자는 500만원에 그치고, 당선 시 전액을 돌려준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가장 많은 35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했다. 국민의미래는 여성 장애인인 최보윤 변호사와 탈북민 출신 과학기술 전문가인 박충권 전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을 후보 1번과 2번에 각각 배치했다. 3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낸 더불어민주연합은 여성 장애인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1번으로 공천했다. 2번에는 대미·북핵 전문가인 위성락 전 한반도교섭본부장을 전진 배치했다.

조국혁신당은 25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했다. 1·2번에는 '검찰개혁' 기치를 든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당담관과 조국 대표가 자리했다.

극우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가 만든 자유통일당 후보 1번은 국민의힘 출신 황보승희 의원이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로 14명을 등록했고 1번에는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배치됐다.

원외 정당 가운데에서는 전직 국회의원들이나 각종 선거 때 '단골손님'처럼 출마하는 인사들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민경욱 전 의원은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의 비례대표 2번으로 등록했다. 각종 기행으로 수차례 논란을 빚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도 당의 비례대표 2번에 이름을 올렸다.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의 비례대표 1번은 89세의 이기남 당 총재다. 이번 총선에서 '최고령 후보자' 기록을 세운 그는 △주차장법 △건축법 △조세범처벌법 △관세법 위반 등 9건의 전과 기록이 있다.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여성은 139명(54.94%)이었고, 남성은 114명(45.06%)이었다.

비례대표 후보의 1인당 평균 재산은 14억8549만원이었고, 평균 납세액은 약 1억3293만원이었다.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481억5849만원을 신고한 허경영 후보였다.

정당 이름도 황당하다. 의석이 없는 신생 정당들이 가나다 순서에서 앞 번호를 따내기 위해 '가가국민참여신당'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아예 맨 마지막 순번을 차지하려고 '히시태그'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붙인 곳도 등장했다.

[구정근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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