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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영토 완정” 김정은, 또 탱크부대…재래식 전력으로 서울 점령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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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만에 탱크 부대를 다시 찾으며 최근 광폭 ‘군사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말부터 “남조선 영토 완정(完整)” 등 전면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폭탄을 쏟아낸 뒤 이를 현실화할 수단으로써 보란 듯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하고 연대훈련장에서 땅크병들의 장애물극복 및 고속돌파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화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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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은의 전날(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탱크 사단과 산하 제1탱크장갑보병연대 시찰 소식을 보도했다. 통신은 해당 사단 명칭에 ‘근위’와 ‘서울’이 붙은 이유에 대해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시기 제일 먼저 서울에 돌입해 괴뢰 중앙청에 공화국 깃발을 띄우고 수많은 전투들에서 혁혁한 무훈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전쟁준비’ 중 군인 식사 챙기며 충성심 고취



통신은 또 김정은이 이날 직접 이들 부대의 훈련을 지도하면서 “부대의 싸움준비와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강령적인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은 탱크병들의 장애물 극복 및 고속 돌파훈련에 대해 “그 어떤 전투임무도 수행할 수 있는 일당백의 만능 승조(원)들로 튼튼히 준비돼 있다고 못내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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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하면서 부대 식당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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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이번 시찰을 놓고 김정은이 전면전을 상정해 군의 내부 결속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사단은 지난 13일 김정은이 현지 지도한 '조선인민군 탱크병 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부대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부대 식당도 둘러봤는데, 여기엔 북한군이 쌀밥과 고기 반찬 등으로 푸짐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아사자까지 나오는 경제난 상황에서도 ‘전쟁준비’에 우수한 성과를 낸 부대를 특별 치하함으로써 군 내부의 충성심을 고취한 것일 수 있다.



핵·미사일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 적극 포함한 ‘전쟁 시나리오’



한동안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에 몰두하던 김정은이 이처럼 최근 들어 재래식 전력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나선 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6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기지, 7일 대연합부대 포사격 훈련, 13일 탱크병 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 15일 항공육전병부대, 18일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19일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지상연소 시험 등의 현장을 찾았다. 이번 시찰을 포함하면 군사 현장 방문은 18일간 7차례에 달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외에 실제 병력 투입을 염두에 둔 일종의 전쟁 시나리오 또는 스토리텔링을 써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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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서부지구 포병부대의 초대형방사포 발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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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련의 현장 시찰에는 각기 나름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기지 훈련은 특수부대의 감시초소(GP) 습격을, 포사격 훈련은 수도권에 대한 장사정포 공격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어 탱크병과 공수부대로 서울 점령과 후방 침투를 감행하고, 초대형방사포로 한국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구상 중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요격이 어려운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로 태평양 주요 미군기지의 증원전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식 핵전쟁 수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놓고 이를 훈련·점검하는 보인다"면서 "이때 유사시 재래식 육군, 보병 부대 훈련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탱크에도 러시아 기술 전수 있었나…軍, 예의주시



이 같은 맥락에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는 김정은의 지난해 12월 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발언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김정은이 직접 ‘영토 완정’ 의지를 피력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헌법에 주권 행사영역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에 있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민족 관계의 단절, 국경선의 재설정 등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대내외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3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남관계가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된 현실에서 전민족적인 통일전선조직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가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정식 해체를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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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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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에선 김정은의 재래식 전력 강조 기조에는 북·러 군사 공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이 지난 13일 현장 시찰에서 직접 운전한 신형 탱크에 러시아 기술이 전수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탱크를 장비하게 되는 것은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해당 탱크는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보다 외부 전면 장갑이 개량돼 실전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1월 “첨단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기, 그리고 지상무기 중에선 전차와 관련된 러시아의 여러 신기술이 북한에 제공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위성과 핵·미사일 기술보다는 재래식 전력과 관련한 기술 전수가 부담이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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