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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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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레이저로 요격하라" … '킬러 드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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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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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한 영공을 침범해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파주시, 강화도 상공을 5시간 넘게 돌아다닌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1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침투했다.

#2.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쟁용 드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정유공장 4곳을 타깃으로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러시아 또한 대규모 드론으로 맞서고 있으며 전파 방해 기술로 우크라이나 드론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무기와 기술을 활용하는 현대전에서 드론이 핵심 군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조종사 없이 조종이 가능한 무인비행장치인 드론은 적군 순찰과 감시부터 정밀 타깃 사살, 심지어 자폭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하면 인명 피해 없이 공격을 수행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탐지와 요격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0년 이라크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도 미국의 드론이었다.이처럼 드론이 핵심 국방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드론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바로 드론 잡는 드론 기술 '안티드론'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안티드론 시장 규모는 19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29년까지 연평균 24.41% 성장해 2029년 57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티드론 기술은 크게 침입하는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기술과 탐지된 드론을 정지하고 파괴하는 무력화 기술로 구분된다.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데에는 주파수 레이더, 광학 카메라, 음향 센서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탐지한 다음 드론을 무력화하는 단계에는 간접적으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 방식과 물리적으로 드론을 제압하는 '하드 킬'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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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전파를 교란하는 '재밍', 가짜 신호를 보내 오작동을 유도하는 '스푸핑'이 대표적인 소프트 킬 기술이다. 하드 킬 기술로는 상대 드론을 직접 제압하는 그물 포획, 레이저 등을 활용하는 에너지 무기가 있다.

주파수를 파악해 통제하는 방식은 침입 드론이 어떤 주파수를 쓰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탐지해야 한다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레이저 같은 에너지 무기 방식은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등 무력화 방식마다 특성이 존재한다.

최병훈 광운대 책임연구원은 "이제는 드론이 무기 체계의 하나로 들어와 있고, 굉장히 많이 보급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DJI의 상용 드론을 개조해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 대(對)드론은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록히드마틴, 레이시온과 같은 미국 방산 업체들은 안티드론 기술에 이미 뛰어든 상태다.

록히드마틴은 2021년 고출력 극초단파(HPM)를 사용하는 무인 대공 방어 시스템 '모르피우스'를 선보였다. 공중에서 비행하며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해당 장비는 지상 기반 시스템보다 탐지 범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록히드마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힘을 합쳐 안티드론 기술 기업인 포르템테크놀로지스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방식으로 22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양사가 투자한 포르템테크놀로지스는 탐지용 레이더부터 식별 기술, 드론을 포획하는 킬러 드론 등 안티드론 시스템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안티드론 전문기업이다.2020 도쿄올림픽, 2022 카타르월드컵 등 주요 국제 행사에도 안티드론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레이시온은 소형 드론을 미사일처럼 발사시켜 침입 드론을 요격해 격추하는 '코요테2'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미군용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해온 레이시온은 대드론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안티드론 기술인 코요테 드론을 개발했다. 미국은 2022년 범정부 차원의 '국내 안티드론 국가행동계획'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 안티드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드론과 같은 무인기를 지속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안티드론 기술력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북한국이 드론으로 공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있다. 드론 방어체계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지난해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 것도 그만큼 드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공격 드론을 막는 저고도 대드론 체계 사업 2건을 수주하면서 군의 드론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우선 공군 기지와 해군 항만 등 육해공군 주요 시설을 노리는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형 드론 방호 체계를 우리 군 최초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영공을 침투하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고 식별한 후 전파 교란 방식인 재밍으로 침입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위해 탐지 레이다부터 불법 드론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전자광학·적외선 열상감시장비, 무력화를 위한 재머, 통합 운용 장치를 하나로 합친 '대드론 통합체계'를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도심 등 주요 지역 방어를 위한 이동형 복합 방호 체계를 개발 중이다. 원거리 3㎞ 이상 불법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드론 대응 다계층 복합 체계'를 구축해 3㎞ 거리에서는 재밍 방식으로, 2~3㎞ 거리에서는 그물 포획으로, 1㎞ 이내에서는 고출력 레이저 장치로 요격하는 기술이다.

LIG넥스원도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안티드론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LIG넥스원은 2021년 국토교통부의 드론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드론 탐지 및 대응 사업'을 통해 국내 장비를 활용한 안티드론 시스템 고도화 실증을 시작한 바 있다.

폭발물 제거를 위한 휴대용 레이저 무기와 함께 차량에 탑재하는 레이저 무기를 자체 개발해 드론 무력화 기술도 확보했다. LIG넥스원은 현재 드론 식별과 탐지·무력화 영역 모두에서 상용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KT 역시 카이투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안티드론 플랫폼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이투스테크놀로지는 안티드론 솔루션 기업으로, 해외 안티 드론 기업인 포르템테크놀로지스, 알테로스 등과 독점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안티드론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KT는 카이투스테크놀로지의 안티드론 시스템에 자사의 5세대 통신(5G) 기술, 인공지능(AI), 보안 기술 등을 접목해 고도화된 안티드론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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