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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비즈人워치]타이어를 읽으면 자율주행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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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며 점검하던 타이어, 이젠 센서로 체크
북미 물류 시장 공략…"미래차, 한축 맡을 것"
유성한 반프 대표, 빗썸 스타트업 대상 받아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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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자율주행 트럭은 물류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운전자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사람이 트럭을 운전할 때와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으며 야간 운행에도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타이어는 운행 시간이 늘어날수록 빠르게 마모되고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반프(BANF)'의 창업자 유성한 대표는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는 타이어의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센서로 타이어 내·외부 데이터를 추출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타이어 프로파일 시스템이 그 결과물이다.

이 사업이 될까 싶지만 반프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누적 6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국내외 자율주행 솔루션, 모빌리티 기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지난 2월 빗썸의 '스타트업 창업 경진대회'에서도 쟁쟁한 경쟁 기업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 강남구 반프 사무실에서 만난 유 대표는 "바퀴가 달린 것과 관련된 모든 회사들이 우리의 고객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망치' 대신 '센서'로 타이어 읽기

타이어 이상은 '운전자 과실'과 함께 트럭을 몰다 일어나는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빌리티가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는 동안, 타이어를 관리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했다. 유 대표는 "기존에는 트럭기사들이 망치로 타이어를 두드려보고 나오는 소리로 이상 여부를 판단했다"면서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되려면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타이어 관리를 디지털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프는 3축 가속도 센서 기반 아이센서(iSensor)를 타이어 내부에 부착해 마모도, 공기압, 온도, 탈거 징후, 휠 얼라인먼트(타이어 정렬 상태)를 비롯한 데이터를 읽고 분석한다. 아이센서를 개발하며 반프가 보여준 독보적인 기술력 중 하나는 무선 충전 방식이다. 그간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읽어내고자 하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반프는 타이어 내부 센서에 무선 전력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트럭과 트레일러를 합친 물류 트럭은 한 대당 18개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트럭 타이어 하나에 700달러(약 94만원)으로 계산하면, 차 한 대의 타이어를 전부 교체하는데만 약 1700만원이 들어간다.

물류 트럭을 수만대씩 운영하는 물류기업에는 이 같은 타이어 교체 비용이 언제나 골칫거리다. 타이어로 인해 트럭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화물에 대한 배상까지 해야해 위험부담이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트럭의 타이어 교체 주기는 1년이지만, 24시간 쉬지 않고 운행하는 자율주행 트럭은 더욱 타이어의 수명이 짧아진다.

유 대표는 반프의 솔루션이 안전 사고를 예방할 뿐 아니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휠이 틀어진 채로 운행하다보면 연비가 낮아지고 타이어도 쉽게 마모돼 수명이 줄어든다. 반프가 파트너사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는 기능 중 하나는휠 얼라인먼트 기능으로, 최적의 상태로 타이어를 정렬하면 타이어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연비도 늘릴 수 있다. 반프의 자체 데이터 조사 결과 연비는 15% 가까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프의 솔루션이 가지는 또다른 장점은 타이어가 접촉하는 도로 노면의 데이터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 카메라로 촬영한 것과 달리, 미끄러운 수준과 포트홀(도로 꺼짐)의 깊이까지 읽어내며 정확도가 95%에 달한다고 한다. 유 대표는 "타이어 관련 사고는 절반 이상 제동거리 때문에 일어난다"면서 "도로 상태를 알게 된다면 제동 거리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반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국토교통부, 해외 정밀지도 기업 등과 논의 중이다.

북미 자율주행 기업 러브콜

반프는 타이어의 중요도가 높은 트럭, 그중에서도 북미를 중심으로 한 트럭 물류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미국 내 트럭 화물운송 시장 규모는 1500조원, 타이어 시장만 해도 55조원에 달하는 기회의 땅이다. 반프는 미국 거대 물류기업에 도입된 FMS(차량관제시스템)에 자사 타이어 실시간 프로파일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반프는 이제 설립 3년 차를 맞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타이어 제조사부터 자율주행 솔루션, 완성차 업체까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 온 북미 거대 타이어 기업과 함께 지난 2년간 자사 시스템을 개발하며 기술검증에 힘을 쏟았다. 이밖에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볼보그룹 캠프X와 가치증명(PoV)을 수행 중이며,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기술 라이선스와 상품 판권과 관련한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최근에는 사업 모델의 차별성과 성장성, 기술 역량,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고루 평가해 시상하는 빗썸의 스타트업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 대표는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인 빗썸이 전혀 다른 영역인데도 우리의 비전을 공감해줘 감사하다"면서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기술도, 경쟁력도 갖춘 기업이라는 '육각형 기업'이라는 심사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한 축을 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래차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중 유일하게 타이어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남아 있는데, 반프가 타이어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기업이 되겠다고도 밝혔다. 유 대표는 "자동차 산업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서플라이 체인(공급 사슬) 안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면서 "반프는 타이어의 디지털화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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