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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양당에 치이고, 신당에 묻히고…고전하는 녹색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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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박원석 등 줄줄이 이탈…'스피커' 약화

'2중대' 오명 벗으려 했지만…조국혁신당 돌풍

비례 지지율 3%대…'원외 각오해야' 위기론도

거대 양당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지켜온 정의당이 위태롭다.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인사들이 이탈하면서 지역구 경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으로 진보층 유권자가 대거 흡수되면서 녹색정의당 몫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녹색정의당 소속으로 지역구 후보자 등록을 마친 인원은 17명이다. 심상정(경기 고양시갑), 여영국(경남 창원시성산구), 장혜영(서울 마포구을) 등 후보가 출마했다. 비례대표 후보로는 14명이 출사표를 냈다. 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4번 권영국 변호사, 6번 김준우 상임대표, 8번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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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성 녹색정의당 신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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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제2야당이자 거대 양당에 이어 원내 세 번째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선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위기는 지난 대선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의당의 대권 주자인 심상정 후보가 2.37%를 얻는 데 그쳤고, 지난해 10월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권수정 후보가 1.83%에 머물렀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1.38%)보다 불과 0.45%포인트 앞섰다.

'인물의 부재'가 표면적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총선 국면을 앞두고 류호정 전 의원과 박원석 전 의원, '정책통'으로 꼽히던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까지 제각각 제3지대로 이탈했다. 녹색정의당 간판으로 목소리를 낼 무게감 있는 '스피커'가 줄어들었다.

지역구 후보자의 경쟁력도 약화됐다. 그간 인천 지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지만 이번에는 김응호 후보(부평구을) 단 1명만 출격한다. 배진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총선 당시 연수구을에서 선전했던 이정미 전 대표도 출마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걸어온 정책적 노선과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가 맞물려 위기가 발현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이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여성·노동·기후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이끌기 어렵다. 페미니즘이나 노동계를 대변하는 정책적 노선은 보수 진영의 반감이 깔려 있는 데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유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진보 진영 유권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미움을 샀다는 평가다.

올 들어 정의당을 탈당한 한 인사는 "한국 정치판에서 진보 정당에 주어진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정의당 간판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이 국민께 혁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비례 지지율 3%대 고전…'원외 정당'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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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성 녹색정의당 신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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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지 않고 진보 진영에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그렇게 녹색당과 손을 잡으면서 '녹색정의당'을 꾸렸다. 그러나 제3지대 신당 세력이 잇따라 이슈를 선점했고, 뒤이어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진보층 유권자를 흡수하면서 난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1.8%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조사(1.5%)보다 0.3%포인트 상승했지만, 개혁신당(3.8%)·새로운미래(3.1%) 등 신당 세력보다 뒤처지고 자유통일당(1.7%)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 안팎에선 원외 정당까지 각오해야 하지 않겠냐는 위기론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석을 얻으려면 총선에서 유효 투표수를 3% 이상 내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었을 때 녹색정의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3.1%에 머물렀다. (해당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비율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5%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거대 양당에 비해 '스피커가 작다'는 고민을 이야기하면서도, 녹색정의당이 가진 정책적 선명성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거대 양당에서 청년 정치, 여성 정치, 이번에는 기후 정치까지 유행처럼 차용하고 있지만, 녹색정의당은 일관되게 노동 문제와 기후 위기에 대한 정책적 가치를 지켜 왔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적으로 약자에 집중하는 만큼 대중적 관심이나 지지를 얻기 어렵지 않느냐'라고 묻자 "예컨대 인구 피라미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층부의 기둥과 같은 약자들의 인권이 증진되면 나머지 국민들의 권리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건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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