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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르포]“첫 종목부터 숨이 턱”…경찰 ‘슈퍼캅 대회’ 기자가 뛰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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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범죄현장서 필요한 오르막 달리기, 사격술 등 차례로 수행

50㎏ 육박하는 더미인형 옮길 무렵에는 이미 체력 방전

당곡지구대 김동현 경사, 이번 대회 최종 우승의 영예

헤럴드경제

26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열린 ‘제2회 지역경찰 슈퍼캅 대회’에서 기자가 직접 권총 사격을 체험해 보고 있다. 이날 기자는 50점 만점 중 7점을 기록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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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3분 48초. 사격 점수 7점입니다. 큰 박수 부탁 드리겠습니다”

큰 박수를 받기에는 굉장히 민망한 기록이었지만, 당시 기록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열린 지역경찰 슈퍼캅 대회에 직접 참여해 본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서장 박민영)는 지난 26일 제2회 지역경찰 슈퍼캅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관악경찰서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 등 관내에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처음 연 대회다.

관악경찰서 내 타워주차장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1회 대회 때는 각 지역경찰관서를 대표하는 16명의 지역경찰관이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보다 8명이 많은 24명의 지역경찰관들이 참가했다. 참가자 구성은 20대 순경부터 50대 순찰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슈퍼캅 대회의 경기종목은 긴박하게 펼쳐지는 범죄 상황을 고려해 현장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오르막 달리기(250m), 팔굽혀펴기(30회), 구명환 던지기, 더미인형(50㎏) 옮기기, 심폐소생술(100회), 방검복 착용 및 에어건 발사 등 7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오후 2시 20분께 첫 대회 우승자인 조장석 경사가 시범을 보인 뒤 곧바로 대회가 시작됐다. 대회에 참가한 경찰들은 1분 30초 이내에 타워주차장 1층부터 5층 옥상까지 가뿐히 주파했다. 이들은 모두 빠른 속도로 팔굽혀펴기를 해내고, 구명환 던지기도 단 번에 통과했다. 50㎏에 달하는 더미인형도 가볍게 들어올린 채 30m를 내달렸다. 이내 필드매뉴얼(FM)대로 심폐소생술 100회를 실시한 경찰관들은 36권총 에어건 사격도 안정된 자세로 백발백중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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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2회 지역경찰 슈퍼캅 대회’에 참가한 신사지구대 이성근 경감이 38권총 에어건 사격을 하고 있다. 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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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은 7개 종목을 대부분 1분 후반 내지 2분 초·중반대로 통과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은 기자도 경기에 직접 참여했다.

첫 종목인 ‘오르막 달리기’에서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3층을 통과할 무렵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 5층 옥상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기진맥진 상태였다. 이제 팔굽혀펴기 30회를 해야 했다. 대회 참가자들과 관악경찰서 경찰관들로부터 간간히 응원과 격려가 들려왔다. 포기하기는 일렀다.

온 힘을 다해 팔굽혀펴기와 구명환 던지기에 성공했다. 더미인형은 실제 요구조자를 옮긴다는 생각으로 업고 이동할 생각이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호흡이 가빴다.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심폐소생술 100회, 에어건 사격(50점 만점 중 7점 기록)까지 모두 마칠 때 쯤에는 오로지 ‘바닥에 누워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현장에서 범죄를 제압하고 피해자 구조에 힘쓰는 경찰관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 아니 직접적(!)으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날 대회 최종 우승의 영예는 당곡지구대 김동현 경사에게 돌아갔다. 김 경사는 7개 종목 종합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대회에선 모든 종목에 걸리는 총 소요시간과 함께 심폐소생술의 경우 흉부 압박자세·속도·깊이 등이 별도로 평가됐다. 또 38권총 에어건 사격은 탄환 한 발당 10점씩 총 5발이 모두 평가점수로 반영됐다.

관악경찰서는 “범죄 진압에 필요한 신속함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동작의 경우 순서와 자세를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평가의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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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2회 지역경찰 슈퍼캅 대회’에 참가한 당곡지구대 김동현 경사가 50㎏ 더미인형을 들고 30m를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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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차지한 김 경사에게는 표창 및 부상이 주어졌고, 최상위 8위까지의 성적을 거둔 경찰관들에게도 표창 및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김 경사는 우승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들은 하루 출근을 하면, 출근해서 퇴근까지 13시간을 근무한다. 체력이 부족하면 업무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고가 생긴다. 필요 순간에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위기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저희 경찰관들이 힘이 부족하지 않도록 항상 준비해 놓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참가자 중 제일 고참 경찰인 신사지구대 이성근 경감은 “이번 대회는 경찰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대회 종목들 모두 현장에서 다 쓰일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기자는 특히 그의 마지막 말에서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업무에 임하는 모든 경찰관들의 헌신을 생각했다.

이 경감은 “실제 현장에서는 사실 지금과 같은 대회보다는 덜 힘들게 느껴진다”며 “왜냐하면 위급한 상황에 출동하면 현장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몸속에서 그런 고통이나 힘듦을 잠시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건 처리가 무사히 끝나고 상황이 정리가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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