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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민간인 학살’ 이스라엘군 떠나면 하마스 다시 똬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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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5일(현지시각) 한 이스라엘방위군이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근처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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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최근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다시 공격해 하마스 대원 수백명을 체포했다고 밝히자, 오히려 “하마스 박멸”이라는 전쟁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일으키며 가자지구 중·북부 지역을 ‘토끼몰이’하듯 쓸고 내려왔는데, 하마스가 곧바로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알시파 병원에 대한 두번째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이미 점령했던 지역에서도 하마스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가자전쟁이 막대한 인명 손실과 궤멸적 파괴, 인도주의 위기 심화 상황을 부르고도 이스라엘의 전투 뒤 계획 부재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8일 새벽 해군 특수부대 샤에테트13, 401기갑여단, 정보기관 신베트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을 급습했다. 탱크·전투용 불도저·박격포·드론 등이 동원됐고, 1000명 규모의 특공대가 몇 시간 만에 병원을 포위해 하마스 고위관리 2명을 포함해 하마스와 또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조직원 180여명을 제거했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테러 용의자 800여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무장조직 대원 480여명도 확인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전쟁에서 어떤 단일 작전보다 많은 무장 세력을 사살했다”고 홍보했다.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은 3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이미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군사 지휘부와 주요 군사시설이 이 병원 지하에 설치돼 있다”며 국제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대규모 지상전을 벌여 완전히 장악했던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뒤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알시파 병원을 포함해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 도시 전체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이며 최남부 라파흐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몇달만에 무장세력들이 다시 가자지구 북부에 똬리를 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알시파 병원 2차 공격은 가자전쟁에서 최대 전투의 하나이자 가장 눈에 띄는 전투”라며 “하마스 무장조직의 회복력과 이스라엘이 이전에 정복했던 지역에서도 재편성할 수 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전 이스라엘군 정보 장교이자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인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에서 다시 작전을 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군에 제대로 된 전략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가자시티 중심부를 장악하고 하마스의 인프라를 모두 파괴했는데도, 이스라엘군이 떠나면 하마스가 바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건 (이스라엘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군이 제대로 된 전쟁 목표나 전략 없이 반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면서, 소모전을 반복하며 전쟁을 종결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 사메르 시니즈라위는 “알시파 병원 상황을 봐라. 결국 (재건된 하마스 제거를 위해) 이스라엘군이 다시 돌아왔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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